한미 우호 상징 된 13살 ‘기적의 소년’ 셰이머스
주한미군 아들 뇌출혈 사고
심정지까지 오며 생명 위협
미군과 협약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총출동해 수술 성공
두 달간 재활 후 고국 돌아가
“한국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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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트래비스 린치 중령의 큰 아들 셰이머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후 두달간의 재활을 거쳐 미국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 후속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삼성서울병원] |
“한국에 있는 우리 동료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동안 안심해도 됩니다.
여러분과 가족들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미 육군 중령인 트래비스 린치 씨가 보내온 메시지였다.
19년 차 베테랑인 린치 중령은 지난해 7월 주한미군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함께 경기도 평택 기지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에 부임한 지 불과 두 달 뒤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다.
큰아들인 열세 살 셰이머스가 동생과 놀던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린치 중령은 “아이의 소식을 들은 순간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절망감만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평소 건강했던 셰이머스가 돌연 정신을 잃은 것은 ‘뇌동정맥 기형(AVM)’으로 인한 뇌출혈 때문이었다.
AVM은 뇌의 동맥 일부와 정맥이 직접 연결돼 있는 이상 혈관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뇌 혈류는 큰 동맥에서 작은 동맥과 모세혈관을 거쳐 작은 정맥, 큰 정맥으로 흐르는데 AVM의 경우 완충 역할을 하는 모세혈관이 없다 보니 동맥의 높은 압력이 정맥에 그대로 전달되곤 한다.
선천적으로 혈관 파열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셰이머스는 곧바로 평택 미군기지 내에 있는 브라이언 올굿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의 발 빠른 심폐소생술로, 멈췄던 셰이머스의 심장은 간신히 다시 뛰었다.
문제는 뇌출혈이었다.
혈관이 터진 부위를 신속히 잡지 않으면 사지 마비, 의식 저하 등의 신경학적 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미군은 삼성서울병원에 긴급 구조 신호를 보냈다.
삼성서울병원은 1997년부터 주한미군 의무사령부와 협약을 맺고 부대 내 위급한 환자들을 치료해 오고 있다.
2005년에는 응급 전원 시스템에 관한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셰이머스를 가장 먼저 맞은 건 지태근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지 교수는 출혈 부위를 잡기 위해 셰이머스의 머릿속 혈종을 제거했다.
최재영 중환자의학과 교수 등은 셰이머스의 심박수, 호흡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비상 상황에 대응했다.
셰이머스의 주치의였던 최 교수는 “중환자의학과뿐 아니라 국제진료센터, 심장외과, 신경외과, 간호팀 등 모든 의료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셰이머스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다학제팀의 단합이 돋보였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응급 수술을 무사히 마친 셰이머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두 달간 입원해 재활에 전념했다.
타인과 눈을 맞추는 건 여전히 어려웠지만 스스로 눈을 감고 뜰 수 있는 정도까진 회복이 됐다.
중요한 치료 과정들이 지체 없이 맞물린 기적 같은 선물이었다.
집도를 맡았던 지 교수는 “셰이머스의 경우 뇌부종이 심한 상태로 혈종 제거의 위험성과 재출혈의 가능성이 컸지만 다행히 경과가 좋았다”며 “잘 견뎌준 셰이머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셰이머스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과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였다.
셰이머스가 아직 어린 데다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 치료를 이어서 받을 수 있도록 후송 작전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절대안정이 필요했던 만큼 셰이머스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송 날짜를 정했다.
셰이머스가 비행기에 오를 때에는 10여 명이 침대를 붙잡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린치 중령과 그의 가족이 미국으로 돌아간 지 반년 정도 지난 올 4월, 셰이머스가 현지 병원에서 재활을 마친 뒤 현재 통원 치료 중이라는 기쁜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다.
여전히 재활 중이긴 하지만 셰이머스는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되찾았다.
린치 중령은 아들에게 새 인생을 선물해 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셰이머스가 아직 회복 과정에 있긴 하지만 이제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왼쪽 팔다리도 스스로 움직일 정도가 됐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전문성과 끊임없는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우리 아들이 새 삶을 얻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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