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전원일치로 정지했다.
이로써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헌재의 본안 판단 전까지 지명이 무효가 된다.
이번 결정으로 탄핵심판 과정에서 사회적 분란을 초래한 '사법의 정치화' 논란이 다시 점화될 분위기다.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이 문제 되지 않도록 이참에 제도 개편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16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향후 본안 심리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다면, 두 후보자가 관여한 재판에 대한 재심이 늘어나는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재판관 임명은 헌법재판의 독립성·신뢰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동안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헌법 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 추천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 성향에 맞는 인사를 추천하며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겼다.
진보·보수로 나뉜 재판관 구도에서 '최종 심판자'로서 헌재의 역할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이날 판결로 단기적으로 재판관 공석에 따른 헌재 기능 마비가 우려된다.
그렇다고 성급한 절차 강행은 더 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재판관 선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 영향에서 보다 자유로운 중립적 인사들로 헌재를 구성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재판관의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선출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헌법기관의 권위는 절차적 정당성에서 비롯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는 그 어떤 인사보다 진지하고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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