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원인은 낡은 ‘이것’…서울 시내 30% 이상은 50년도 더 묵었다

노후 하수관 틈에 새어나온 물
빈 공간 만들어 ‘땅꺼짐’ 유발

중장구·시청역서도 지반침하
시민들 나날이 불안감 커져
“위험요인 공개해야” 목소리

처참한 모습의 강동구 대형 땅꺼짐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연일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15일 중랑구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시민들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싱크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하수관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서만 50년 이상 노후화된 하수관로 비율이 30%가 넘는 것으로 조사돼 교체를 비롯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중랑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랑구청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폭 40㎝, 깊이 1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중랑구 관계자는 “16일 중 인근 도로를 굴착해 정확한 발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저녁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도로에 땅꺼짐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땅꺼짐이 아닌 ‘도로 변형’으로 결론내렸지만 불안한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에 매설된 하수관 노후화가 심각해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후 하수관은 싱크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수관의 구멍과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온 물로 인해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서울 하수관로 총연장 1만866㎞ 중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3300㎞(3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 5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비중은 종로구가 5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종로구는 전체 363.9㎞ 하수관로 가운데 194.5㎞가 50년 이상으로 조사됐다.


이어 5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용산구(48.5%), 성북구(47.7%), 영등포구(45.7%), 마포구(45.4%), 구로구(43.5%), 성동구(42.2%) 등이다.


노후 하수관 범위를 경과년수 30년으로 넓힐 경우 서울 전체 하수관로의 55.5%인 602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867건 가운데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394건(45.4%)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싱크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활용한 지하 공동 탐사와 함께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GPR은 지하 2m까지만 검사가 가능해, 주요 위험 요소인 노후 하수관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과 시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매년 약 2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하수관로 약 100㎞를 정비하고 있다.

50년이 넘은 하수관로 전체 길이가 330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론상 33년이 걸려야 정비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비 보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싱크홀 관련 위험 요인을 시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진 의원은 “매일 시민들이 출퇴근하는 도로의 안전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시청역 싱크홀 현장을 찾아 “땅속 상황을 알 수 있도록 GPR을 대폭 실시하고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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