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담당 장관 지정해 협의 본격화…'엔저' 논의 가능성

미국과 일본이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을 협의할 담당 장관을 각각 지정해 본격적인 교섭에 나섭니다.

일본은 미국의 관세 조치를 '국난'으로 평가하고 범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관세 완화를 끌어내기 위한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늘(8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고, 모든 내각 구성원이 참여하는 종합대책본부 설치를 결정했습니다.

이어 미국 관세 문제를 논의할 대책본부 회의를 처음 열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이 회의에서 관세 조치 내용을 자세히 조사해 일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것과 미국에 관세 조치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할 것, 국내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관세와 관련해 "모든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정부 전체가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의를 담당할 각료로 이시바 총리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지명했습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국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넘어서야 한다"며 "최우선으로, 또 전력으로 대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습니다.

그는 미국 방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 담당 장관과 되도록 빨리 대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일본과 후속 관세 협의를 맡을 장관으로 정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현지시간 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개시하도록 지시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매우 빨리 나섰기 때문에 일본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전날 약 25분간의 통화에서 양국이 각각 담당 장관을 정해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닛케이는 비관세 장벽 등도 양국 간 의제가 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엔화 약세(엔저)를 문제 삼아온 만큼 환율도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만일 엔·달러 환율이 주요 의제가 된다면 미국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본에서는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관세 협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 환율과 통상을 나눠 논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시정하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하락하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무엇을 교섭 재료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낼지 (재료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협상 카드를 제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자동차 25% 관세, 일본에 대한 상호 관세 24%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 차례도 일본에 대한 예외 조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자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하며 끈질기게 제외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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