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 환자에서 영상장치를 보면서 특수 카테터를 삽입하여 신경뿌리 염증과 신경유착을 치료하는 '신경성형술(유착박리술)'.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종일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는 이 모씨(51)는 수년 전부터 어깨와 날개 뼈 안쪽이 쑤시며 아팠다.

업무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으로 생각하고 방치해오다가 최근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MRI 검사 결과 '목 디스크'였다.

이씨는 목덜미와 날개 뼈 사이 통증을 거북목 증후군과 근막통증으로 진단받고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받아왔지만 악화된 경우였다.

목 디스크라고 하면 경추의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탈출증'을 의미한다.

날개 뼈(견갑골) 주위와 목덜미에 쑤시는 통증이 특징이다.


문제는 상당수 목 디스크 환자들이 승모근의 근육통으로 진단받고 잘못된 운동과 치료로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는 것. 근막통증 진단 및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심해지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하고 전문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거북목 증후군, 추간판탈출증으로 발전
경추는 7개 뼈로 구성돼 있으며 마디마다 관절을 형성하고 각각에서 척수신경(C1~C7)이 나온다.

목은 허리와 달리 하중을 적게 받고 허리에 없는 갈고리 모양의 구상돌기(uncinate process)가 구상관절을 형성해 디스크 탈출을 방지한다.

구상관절은 경추 2번과 3번 사이에서 6번과 7번 사이에 존재하는 관절로, 목의 하중을 일부 담당해 디스크에 하중을 적게 받게 한다.

이 때문에 30대 이하 젊은 층은 목 디스크 발생 빈도가 낮다(그림 1·A).
문동언 박사(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대표원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명예교수)는 "거북목 증후군 환자는 목 디스크 내장증을 초래하는데 '그림 1·B'처럼 경추는 C-자가 없어지고 위쪽 척추체가 앞으로 빠져 아래쪽의 구상돌기와 접촉한다.

또한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는 심해지고 위쪽 척추체가 더욱 앞으로 나오게 되며 디스크 높이는 더욱 감소한다"면서 "결국 수핵을 감싸고 있는 섬유륜이 파열돼 이곳으로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자극하고, 파열된 곳으로 새로운 신경섬유와 혈관이 자라면서 상처투성이의 육아조직이 생겨 목과 견갑골 주위 통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크 내장증은 뒤로 젖힐 때 통증 유발
디스크 내장증(디스크 자체가 목 통증 원인)은 추간판탈출증과 달리 팔로 가는 신경 뿌리를 자극하지 않아 팔로 뻗치는 통증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뻣뻣하며 오후 늦게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통증은 정중앙과 정중앙 주변에 무지근하게 발생하며 오래 서 있으면 심해진다.


구상관절에 의한 목 통증은 목을 옆으로 기울일 때 생기는 것이 특징이고, 후관절에 의한 통증은 허리와 달리(허리를 뒤로 젖히면 요통 발생) 목을 돌릴 때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주머니(관절낭)의 압력이 증가해 통증을 유발한다.


문 박사는 "목 디스크 병변 초기에는 견갑골 주변의 통증을 유발하는데 목을 뒤로 젖히면 통증이 생기므로 근막통증이나 관절에 의한 통증과 구분된다"며 "상부 1~4번(C1~C4) 척수신경이 자극되면 두통과 목 통증이 생기며 C5와 C6 신경이 자극되면 견갑골 상부의 통증, C6과 C7의 척수신경이 자극되면 견갑골 사이의 통증을 유발한다(그림 2)"고 말했다.


목 디스크 환자는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좁아져 신경뿌리나 후근신경절이 자극되면 팔로 뻗치는 방사통 즉, 신경뿌리 통증이 생긴다.

환자의 80% 이상은 경추 6번과 C7 신경에서 발생한다.

기침이나 재채기 후 복압이 증가하면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목을 뒤로 젖혀 아픈 쪽으로 기울이면 방사통이 생긴다.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더욱 좁아지면 근력 감소나 저림 증상도 동반한다.



목 디스크는 초기 견갑골 주변만 통증
문 박사는 "디스크에 의한 어깨 통증은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혔을 때 견갑골 주변에 통증이 생기고 통증이 팔로 뻗치는데, 팔을 머리 위쪽으로 올리면 오히려 통증이 감소한다"고 했다.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히면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이 좁아져 아프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 반대로 추간공이 넒어지기 때문에 통증이 감소한다.

척수신경 5번이 눌린 목 디스크는 어깨 통증을 일으키므로 어깨의 회전근개 충돌증후근이나 파열과 감별해야 한다.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 환자는 허리 통증보다 엉덩이와 다리에 뻗치는 통증이 주로 생기는데, 목 디스크 환자는 초기에는 견갑골 주변에 통증이 생기고 디스크가 진행돼 뼈돌기가 자라 척추관이 좁아지면 팔로 통증이 내려간다.


목 디스크 환자는 어깨나 팔이 아플 때 목 통증도 반드시 동반하는데 목 통증 없이 팔만 아프다면 어깨질환, 흉곽출구 증후군 및 종양 등 다른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흉곽출구 증후군은 팔을 올리거나 사용하면 통증이 증가하고 아침 자고 나면 감소).
목 디스크 환자는 윗몸 일으키기, 철봉, 수영, 요가 등 배에 힘을 주는 코어운동을 하면 추간판에 압력을 증가시켜 신경을 더욱 자극해 디스크가 악화될 수 있다.

문 원장은 "허리 디스크 환자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매켄지(McKenzie) 운동이 치료에 좋지만 목 디스크 환자는 목을 뒤로 젖히면 오히려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며 "특히 통증이 있는 급성기에는 절대 금물이며 통증이 사라진 아급성기부터 시도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 디스크, 협착증 치료는 비수술로
목 디스크의 신경뿌리 통증은 발병 후 4~6개월이 지나면 소실되며 83%의 환자는 2~3년이 돼야 자연치유가 되지만 22%의 환자는 2~3년 내 재발한다.

따라서 근력 감소나 마비, 3개월 치료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은 때를 제외하고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하는 게 바람직하다.


목 디스크는 초기라면 자세 교정,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통증이 완화된다.

잘 낫지 않으면 주사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주사치료 즉, 신경차단술은 디스크 탈출 부위 뒤쪽의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 유착박리제 및 스테로이드를 주사해 신경 부종을 감소시키고 혈류와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디스크가 크게 탈출했거나 협착증 환자는 신경부종이 심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문 원장은 "목은 신경뿌리 바로 옆에 뇌와 척수로 가는 혈관이 있어 매우 위험해 직접 주사치료를 하지 않는다"면서 "바늘 대신 플라스틱 카테터를 사용해 보다 안전하게 유착을 제거하고 신경부종을 줄여주는 '신경성형술(유착박리술)' 치료가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신경성형술은 미국 텍사스테크 의대 가보라츠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국소마취제·유착박리제·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이어서 고농도 식염수를 2회 주입한다.

이는 신경염증을 줄여주고 엉겨 붙은 신경유착도 뜯어준다.

신경성형술은 직경 1㎜의 플라스틱 카테터를 사용해 혈관을 찌를 위험성 없이 안전하고 전신 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층·당뇨·고혈압 환자도 가능하다.

추간판 탈출이 여러 부위에 있는 경우도 5~10분 내 치료가 가능하며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신경성형술로 치료 효과 기대하기 어렵다면
탈출된 디스크 크기가 크거나 디스크 내장증은 신경성형술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럴 경우 '고주파수핵감압술'을 시행한다.

직경 1㎜ 두께의 특수 바늘을 영상 장치를 보면서 탈출된 디스크 내에 직접 삽입한 후 바늘 끝에 고주파 열에너지를 내보내 튀어나온 디스크를 기화시켜 크기를 줄이고 신경 압박을 감소시켜준다.

탈출된 디스크 크기가 크고 신경뿌리 유착이 심하면 처음부터 고주파수핵감압술과 신경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모두 비수술이어서 시술 다음날부터 일상이 가능하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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