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안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월가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증시를 중심으로 5년 만에 최악의 폭락장을 보이며 침체 공포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다음날인 3일(현지시간) 월가 주요 기관들은 미국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올리며 침체 가능성을 일제히 제기했다.
미국의 상호관세와 뒤따르는 상대국의 보복관세 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를 위축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한 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지만 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이날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은 3.7%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성장률이 0.6%에 그치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4.7%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UBS는 두 분기 연속 미국 경제 GDP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시한 올해 미국 성장률(1.7%)이나 인플레이션(2.7%) 전망치와 비교하면 불과 몇 주 만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부상한 것이다.
브루크 카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번 관세는 "1968년 이후 미국 가계와 기업들에 대한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면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위험은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JP모건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상호관세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1.5%포인트 올릴 수 있고 개인소득과 소비지출을 억누를 것"이라고 염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정책은 "더딘 성장의 시대 글로벌 전망에 중대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크게 엇갈렸다.
UBS는 연준이 침체를 감안해 올해 0.25%포인트씩 총 4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전망한 2회 인하로는 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섣불리 인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초기였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했다.
상호관세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글로벌 증시 투매로 이어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하루 미국·유럽·일본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 증발했다.
미국 뉴욕증시 시총 증발액만 3조1000억달러(약 4500조원)로 가장 많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98%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84%, 5.97%씩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관세발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외 공급망에 생산 의존도가 높은 나이키와 갭이 각각 14.44%, 20.29% 폭락했다.
침체에 민감한 빅테크들도 크게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7 중 애플이 9.25%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아마존(-8.98%) 메타(-8.96%) 엔비디아(-7.81%) 테슬라(-5.47%) 구글(-3.92%) 마이크로소프트(-2.36%)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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