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자금 부족으로 미얀마에서 100만여명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현지시간 15일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FP는 성명을 내고 심각한 자금 부족 때문에 내달부터 미얀마에서 100만 명 이상이 WFP의 식량 지원에서 차단된다고 밝혔습니다.
WFP에 따르면 내전에 시달리는 미얀마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인 1천520만 명이 최소 일일 식량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약 230만 명이 비상 수준의 굶주림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WFP는 이제 5세 미만 어린이와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임산부 여성 ▲장애인을 포함해 가장 취약한 사람들 가운데 3만5천 명만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WFP의 지원 없이는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난민촌에 있는 로힝야족 등 약 10만 명도 이번 지원 감축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식량 부족이 가장 극심한 기간인 7∼9월이 다가오고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WFP는 식량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6천만 달러(약 872억원)의 자금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중단은 최근 미국의 대외 원조 삭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WFP의 예산 97억 달러(약 14조원) 가운데 미국이 44억 달러(약 6조4천억원), 약 45%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번 지원 중단이 미국의 원조 축소 때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뒤섞여 있다"면서 미국이 WFP의 주요 자금 지원자라고 강조했습니다.
WFP의 마이클 던퍼드 미얀마 국장도 AFP에 "다양한 기부자들이 우리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다"면서 "여기에 미국이 포함되지만, 미국만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이후 군부와 반군 간 4년간 내전이 지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지가 파괴·오염되고 전쟁과 군부의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한 피난 등으로 노동력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식량 생산이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 김우연 기자 / kim.woo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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