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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참사 그 자체였다.
사고 이후 해외여행 등 비행기를 타야 하는 예비 여행객들 중 일부는 비행기 기종을 확인하는 방법을 찾거나 비행 공포로 아예 해외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비행기포비아(phobia·공포)를 호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 이에 여행플러스는 다각도로 항공 여행과 관련한 사실 관계 확인, 팩트 체크에 나섰다.
항공기 사고, 정말 위험할까 = 이번 참사로 비행기 사고에 관한 공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 안전 관련 통계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재작년 한 해 동안 126만편의 항공기 운항 시 항공 사고는 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집계한 항공기 전체 사고율 평균 역시 1.19로 여전히 낮다.
88만편의 항공기 운항 시 항공 사고가 1건 발생하는 꼴이다.
항공기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률은 5년 평균 0.11 수준이다.
앤서니 브릭하우스 미국 뉴저지주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ERAU) 항공안전학 교수는 "공항으로 운전하는 길이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며 "세계의 어떤 지역에서는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널드 바넷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 통계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 8월 항공운송경영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8∼2022년 전 세계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1370만명당 1명이다.
이는 2008~2017년 집계한 790만명당 1명에서 크게 개선한 수치다.
10년 주기로 상업용 항공 여행의 사망 위험이 2배 가까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논문에서 밝힌 항공 안전도가 높은 국가 목록은 미국·유럽 연합국 및 몬테네그로·노르웨이·스위스·영국·호주·캐나다·중국·이스라엘·일본·뉴질랜드 등이다.
한국은 항공 안전도 최상위권에는 들지 못했다.
두 번째로 항공 안전도가 높다고 평가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바레인·보스니아·브라질·홍콩·태국·터키·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이다.
보잉 737-800, 실제 사고율은 =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는 보잉 737-800기종이다.
일부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비행기 기종 확인 방법부터 기내 좌석 중 가장 안전한 곳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부쩍 늘었다.
보잉 737기종은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가 개발한 중단거리 운항 전용 협동체(狹胴體) 여객기다.
국내에선 장거리를 띄우지 않는 저비용 항공사(LCC)가 주로 사용하는 기재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도입한 보잉 737-800기종은 2024년 12월 말 기준
제주항공 37대,
티웨이항공 25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6대,
대한항공 2대다.
항공사가 하나의 비행기 기종을 많이 들여오는 이유는 단일 기종 운영 시 정비와 유지 보수, 인력 관리 등과 같은 항공기 운영 효율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보잉 측이 지난해 8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737-800'은 전체 항공기 기종 중 사고 발생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항공 데이터 분석 기업 시리움(Cirium)은 전 세계에 약 4400대의 보잉 737-800이 운항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전체 운항 여객기 가운데 1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해당 항공기가 보잉 인기 기종임을 알 수 있다.
1959년부터 2023년까지 운항한 보잉사의 전체 항공기 기종 중 보잉 737-600·700·800·900시리즈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100만대당 0.17%였고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은 0.08%로 사고율이 낮은 편이다.
이 기간 기체 손실 사고율이 4.62%,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이 2.31%로 사고 및 사망률이 가장 높은 항공기 기종은 포커 F28이었다.
F28은 네덜란드 항공기 제작사인 포커에서 개발해 생산한 여객기로 현재 이 기종은 대다수 항공사에서 퇴역했다.
꼬리 칸이 정말 가장 안전할까 =
제주항공 참사 생존자는 항공기의 꼬리 칸에 탑승한 승무원 둘뿐이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연구에 따르면 기체 뒷좌석에 앉은 승객은 충돌사고에서 생존할 확률이 69%에 이른다.
반면 퍼스트와 비즈니스 좌석 승객의 생존율은 49%에 불과했다.
날개 앞쪽 승객과 날개 뒤쪽 승객의 생존율은 56%로 같았다.
통상 일반석보다 2~3배 정도로 비싼 항공사의 퍼스트나 비즈니스 등 좌석은 비행기의 앞자리다.
짐을 빨리 뺄 수 있고 엔진 등에서 멀어 항공소음이 덜하기 때문이다.
사고율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낮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는 항공기 사고 시 가장 비싼 앞좌석의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다만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시 안전한 자리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행 중 엔진이나 동체에 화재가 발생할 때는 꼬리 칸이 화재의 위험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뒤쪽 좌석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기 사고로 비행 공포증이 생기거나 극심해졌다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행 공포증을 극복하려면 공복에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권했다.
공복과 저혈당은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 등 교감신경호르몬이 증가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과 발이 떨리는 등 불안감이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 중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면 옆 좌석 승객이나 승무원과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좋다.
공황발작이 올 것 같다면 3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3초간 다시 천천히 내쉬어 심호흡해 패닉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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