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 한발 물러선 두산 ◆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가 요동쳤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크게 오른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 주가는 떨어졌다.

시장에선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 철회'보다 '여전히 사업재편 추진'이란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4.84% 오른 6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95% 내린 1만7750원에, 두산밥캣은 3.33% 떨어진 4만2050원에 장을 종료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오른 것은 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사업구조 개편안은 포괄적 주식교환만 철회한 것일 뿐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 뒤 두산밥캣을 합병법인 자회사로 두는 방안은 유지된다.

100% 자회사가 아니라는 점만 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올 상반기에만 348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떨어진 것은 알짜 자회사를 잃게 됐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인해 그룹 재편이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사업개편안에서도 두산밥캣을 자회사에서 잃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됐다.

다만 두산그룹 측은 사업 구조 개편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여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두산그룹이 주장했던 대로 향후 원전 수주 확대에 대비한 증설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이번 분할 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알짜 자회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지만, 그와 관련된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보인다"면서 "반면 부채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증설할 수 있을 만한 자금을 차입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가능한 일로 보인다"고 했다.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이번 수정안으로 두산밥캣 주식매수청구권은 사라지고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유지된다.

특히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밑으로 떨어진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 여전히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가는 구조가 남아 있는 한, 두산밥캣의 재원이 두산로보틱스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향후 금감원 요구를 반영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