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휴일 하루 전이자 반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 14일, 적잖은 기업이 늦은 저녁에 감사의견 부적정을 받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종료, 퇴근 시간 이후 휴일을 앞두고 불리한 사실을 공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이뤄진 것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감사의견 거절·한정 등 부적정 판정을 받은 기업 중 13곳이 마감일 오후 6시를 넘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투자자들이 주요 공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개장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이나 통상적인 직장인의 업무 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이후에 올라온 공시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코스피에서는 삼부토건, 세원이앤씨 두 곳이 오후 6시 이후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삼부토건에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내렸다.

상반기 4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6월 말 기준 결손금이 256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부토건은 이러한 사실을 14일 오후 6시 49분에 공시했으며 그로부터 7분이 지난 오후 6시 56분에 반기보고서를 올렸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다음 거래일인 16일 하루 동안 삼부토건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세원이앤씨도 반기순손실이 24억원, 누적결손금이 629억원에 달한다는 이유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을 거절당했다.

이곳 역시 거절 사실을 오후 6시 6분에야 공시하고, 오후 6시 7분에 반기보고서를 올렸다.


코스닥에서는 이보다 더욱 늦은 시간에 많은 양의 올빼미 공시가 쏟아졌다.

제넨바이오는 상반기 매출액이 2135만원에 불과해 의견 거절을 받았는데, 이러한 사실을 오후 8시 59분에 공시했다.

반기보고서는 그보다 앞선 8시 21분에 제출했다.

이 회사는 2022년에는 감사의견 한정을, 2023년에는 의견 거절을 당한 바 있다.


아이엠은 서우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한정을 판정받았다는 사실을 오후 8시에 공시했다.

반기보고서는 이보다 앞선 오후 7시 41분에 제출했지만, 재무제표 주석이 누락돼 있어 이를 포함한 보고서를 오후 8시 13분에 올렸다.

이 회사는 2022년과 2023년에는 같은 회계법인에서 계속해서 적정 판정을 받았지만, 적자가 이어지며 자본이 감소하고 부채가 늘면서 의견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아이엠은 재작년 65억원, 지난해 235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삼부토건 지분 4.98%를 소유한 디와이디도 감사의견 거절을 당했다.

예일회계법인은 관계기업투자에 대한 검토범위 제한을 이유로 의견 거절 판정을 내렸는데, 디와이디는 이 같은 사실을 오후 7시 45분에 공시했다.


이 밖에 퀀텀온, 현대사료, 에이스테크, 투비소프트, 엑스플러스, 플래스크, BF랩스, 코맥스, 디딤이앤에프가 감사의견 부적정을 받은 사실을 오후 6시 이후에 공시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반기보고서도 오후 6시 이후에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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