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매물 두 채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전용 84㎡ 한 채는 감정가 20억원에 나와 약 21억1110만원에 낙찰됐고, 또 다른 전용 84㎡는 19억3000만원이 감정가였는데 약 19억978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은 최근 22억원대에 손바뀜되고 있다.

낙찰자들은 감정가보다 비싸게 샀는데도 한 달 만에 1억~2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나온 강북구 번동 쌍용아파트 전용 85㎡는 감정가 5억9000만원에 나왔는데 4억7813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이 9명이었음에도 낙찰가율은 81%에 머물렀다.

이 아파트는 2020년 4억2500만원에 거래된 후 매매된 적이 없다.

현재 시세는 5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진행 중인 서울 집값의 양극화가 경매시장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이른바 '인기 지역' 아파트 경매 물건에는 감정가보다 수억 원 높게 써낸 응찰자들이 수십 명씩 몰리는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일부 지역 물건은 감정가 대비 20% 가까이 떨어져도 새 주인을 찾기 어렵다.


경매시장이 매매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시세 양극화는 당분간 더 진행될 전망이다.


3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2.9%를 기록했다.

전달(89.1%)보다 3.8%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22년 8월(93.7%)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로 따져보면 편차가 컸다.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구(103.3%)와 성동구(102.2%), 강남구(101.0%) 순으로 낙찰가율이 높았다.

동작구(96.2%), 마포구(94.2%), 송파구(92.6%) 등도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외곽으로 갈수록 낙찰가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도봉구(81.7%)와 관악구(82.2%), 강북구(82.3%)가 서울 최하위 3개 구였고 성북구(83.1%), 노원구(84.4%), 구로구(87.0%)도 80%대에 머물렀다.


낙찰가율이 양극화되는 것은 서울에서도 인기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 시점과 입찰 시점 간 시차는 대개 6개월이다.


만일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라면 경매 감정가격이 입찰일 기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라면 경매 감정가가 실제 부동산 시장 거래 호가보다 싸기 때문에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높아도(낙찰가율이 100%를 넘겨도)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낮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낙찰받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어 유찰되기 일쑤다.

실제로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전용 101㎡는 이달 초 진행된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17억9200만원인데 이보다 약 7000만원 비싼 18억615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12명이나 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59㎡는 감정가 42억2000만원의 110.2%(4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두 물건 모두 현 시세는 낙찰가보다 높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감정가와 입찰 당일 시세가 꽤 벌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요자들 사이에선 감정가보다 어느 정도 금액을 더 얹어도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며 당분간 '인기 지역 쏠림'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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