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SK그룹이 전사적인 리밸런싱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한 첫번째 작업으로 석유·화학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도시가스를 판매하는 SK E&S를 합병한다고 밝혔는데요.
스튜디오에 나와있는 보도국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윤형섭 기자,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SK이노베이션과 SK E&S, 이번 합병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맞습니다.

먼저 합병 구조를 보자면, 크게 두 갈래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해 사명을 SK이노베이션으로 쓰는 것이고, 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과 합병하는 겁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상규 / SK이노베이션 사장
-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기존 대비 약 2조 원 상승한 6조 원 수준으로, 세전이익은 기존 대비 1.5조 원 상승한 2.5조 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입니다.

합병가액으로 정해진 건 SK이노베이션은 약 11만 원, SK E&S는 약 13만 원으로, 비율로 따지면 1:1.19입니다.

쉽게 말해 SK E&S 1주당 SK이노베이션 1.19주를 지급한다는 의미입니다.

【 앵커멘트 】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비율에 주목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이노베이션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손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던데,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 기자 】
합병을 할 때는 각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SK E&S는 비상장사로 기업의 본질가치, 즉 자산가치나 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하면 되고, 논란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상장사입니다.

상장사의 경우 현재 주가 등 기준시가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경우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기준시가로 평가하면 11만2천 원, 자산가치로 평가하면 24만5천 원입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자산가치인 24만5천 원으로 평가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합병가액이 기준시가인 11만2천 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SK이노베이션 측은 상장사의 경우 주가, 즉 기준시가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따랐다는 입장입니다.

양사의 합병 결정은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결정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SK그룹이 투자자들의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을 합병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양사가 합병할 경우 자산규모 100조 원의 에너지 공룡이 탄생하게 되는데요.

표를 보시면 알 수 있듯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과 LNG 등을 주력으로 하는 SK E&S가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적자 자회사 SK온을 살리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21년 출범한 SK온은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엔 조단위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연간 5천800억 원, 올 1분기 3천300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배터리 사업은 특성상 매년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SK온은 적자 상황 속에서도 추가 투자금을 쏟고 있는데요.

SK온의 2022년 시설투자 규모는 5조 원, 지난해 7조 원에 이어 올해도 7조 5천억 원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렇게 SK온의 재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그룹 내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던 SK E&S가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SK E&S는 지난해 1조3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이번 합병을 통해 배터리 회사인 SK온에 자금 수혈을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 앵커멘트 】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의 첫 삽을 떴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전사적인 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배경과 앞으로는 또 어떤 작업이 진행될까요?

【 기자 】
말씀해주신대로 SK그룹 리밸런싱은 이제 시작이고, 그 핵심은 'SK온 구하기'였습니다.

그룹의 두 축이 반도체와 배터리인 만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꼭 가져가야한다는 판단으로 보이고요.

전사적인 구조 조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그룹은 무려 219개 계열사를 거느린 만큼 이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고 재편하는 것이 리밸런싱의 핵심입니다.

시장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또다른 기업은 SK에코플랜트입니다.

옛 SK건설인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합니다.

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사업 관련 회사이기 때문에 SK에코플랜트와 사실 업종이 전혀 다릅니다.

SK그룹은 AI·반도체에 힘을 싣기 위해 다른 업종간 자회사 합병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최근 굵직한 합병 소식에 개인투자자의 주주 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두산그룹도 최근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요.
어떤 내용이었죠?

【 기자 】
간단히 설명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 합병한다는 겁니다.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의 주식교환비율은 1:0.63인데, 쉽게 말해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는 겁니다.

로봇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돼 두산로보틱스가 비교적 고평가 된 겁니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4천억 원을 기록한 알짜기업 두산밥캣에 투자했는데, 합병이 진행되면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받게 되는 셈이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합병 공시에 지난 15일 두산밥캣의 주가는 10% 급락한 4만9천 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두산그룹의 합병 추진은 오는 9월 25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잘 들었습니다.

【 기자 】
감사합니다.

[ 윤형섭 기자 / yhs931@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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