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자라고? 헛웃음만”…연봉 8400만원 넘는데 “난 하층민” 왜?

연소득 8400만원 넘는 가구 12% “하층”
고소득층의 경제적 지위 하락 ‘불만’ 탓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 연합뉴스]
연소득 8400만원(월 700만원) 넘는 고소득 가구지만, 정작 본인들은 ‘중(中)산층’이나 심지어 ‘하(下)층’으로 인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중산층과 상(上)층을 가르는 기준으로 총급여 연 7800만원(월 650만원, 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인 자)을 제시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지난 10년간 상위 20% 고소득 가구의 소득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소득이 일부 축소된 고소득 가구에서 이러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잘 살고 있으나 소득이 일부 줄어든 계층에서 ‘자학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 = 챗 GPT]
12일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스스로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통상 상위 20%를 상층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치다.


특히, 월 소득 700만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

76.4%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고 심지어 12.2%는 하층으로 생각했다.


연구진은 실제 상층이면서 중산층으로 평가절하 요인으로 ‘소득여건 악화’를 꼽았다.


실제 전체 소득에서 소득 5분위(상위 20%)의 점유율은 지난 10년(2011~2021년) 사이 4.3%포인트(44.3→40%) 줄었다.

반면 1~4분위는 모두 점유율이 올랐다.


중산층 위기론은 실제 중산층이 줄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고소득층의 경제적 지위 하락이라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연구진이 사회경제 계층을 상층, 심리적 비상층, 핵심 중산층, 취약 중산층, 하층 5개로 분류한 결과, 고소득층이면서 스스로 상층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른바 ‘심리적 비상층’의 고학력·고소득, 관리직·전문직 비율, 자가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심리적 비상층의 견해가 중산층의 사회적 요구로 과대 포장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챗 GPT]
복수의 학계 관계자는 “보통 경제·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정도 되며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집단을 중산층으로 정의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명확하게 세분화 하기는 쉽지않고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며 “하지만 중산층을 제대로 파악해야 근로, 자녀 장려금 등 정부 정책의 정확한 기준들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실제 상층이면서 중산층으로 여기고 목소리를 높여 정책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면 하층에 집중해야 할 자원이 모자라고 사회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는다.

전체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이 중산층이다.

1인 중위소득은 약 월 222만원으로 167만~445만원을 벌면 중산층에 포함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