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도 수수료 낮췄다…삼성이 쏘아올린 운용사 ‘치킨게임’

여의도 증권가. [매경DB]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40조원 규모로 커진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의 제살깎기식 치킨게임이 현실화됐다.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까지 잇따라 보수 인하에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날부터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한다.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1억원을 투자한다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만원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지난 2월 상장한 해당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금리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번 보수 인하로 고금리 시기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수료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9일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에 대한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적용 대상 상품은 토탈리턴(TR)형인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과 ‘KODEX 미국나스닥100(H)’ 등이다.


이들 운용사가 과감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선 것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TF 시장 양대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각각 39.23%, 36.54%다.

차이가 2%포인트 안팎에 불과한 만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보수 인하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들이 상품 차별화보다는 수수료 경쟁에 치우치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간 제살깎기 경쟁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다른 운용사들도 줄줄이 보수 인하에 나섰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최근 ‘KoreaStock액티브 ETF’의 총보수를 연 0.62%에서 0.29%로 낮췄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ARIRANG 200 ETF’의 총보수를 연 0.04%에서 0.017%로 조정했다.


상대적으로 운용 규모가 작은 중소 운용사들은 수수료 인하 전쟁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규모를 키워야 하는 입장인 만큼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품 경쟁이 아닌 보수 경쟁으로 가게 되면 상품 개발과 투자 상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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