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배달비 무료’ 나서는 배달 앱
음식점은 “부담된다”…이중가격제 도입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직장인 이모씨는 퇴근길에 한식 전문점에서 국을 포장해 가려다 30분이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배달 주문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배달 앱을 켰다가 가격 차이가 커 깜짝 놀랐다.

가게 메뉴판에는 1만4000원인 미역국이 배달 앱에는 1만6000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는 국뿐만이 아니었다.

보리굴비, 전 등 대부분의 메뉴가 2000원씩 비쌌다.


이씨가 가게 측에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고 항의하자 가게 점원은 “무료배달 되지 않냐. (가격차는) 배달비라 생각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대기시간이 길어 무료배달로 시키려 했더니 음식값이 더 비싸다니 속은 기분”이라며 “메뉴마다 2000원씩 비싸면 여러 메뉴를 시킬 경우 배달비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사먹는 셈”이라고 언짢아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비 무료 정책이 배달 업계에 정석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실상은 메뉴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모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배달비를 지급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음식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게로서는 무료 배달비 부담이 크다보니 메뉴 가격을 일괄 인상하거나 무료 배달 시 음식값을 더 받는 식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박모씨는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가 사실상 늘어난데다 주문 건당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도 있어 배달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라며 “가게 메뉴 가격까지 함께 올리면 안 그래도 요새 줄어든 손님이 더 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배달 앱의 배달 방식은 대개 2가지다.

가게가 직접 배달기사를 부르는 경우와 배달 앱이 배달기사까지 중개하는 경우다.


가게가 배달기사를 직접 부르는 경우 음식점이 배달비를 일부 내면서 나머지 금액을 주문고객에게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다른 방식인 배달 앱이 배달기사까지 중개하는 경우, 음식점은 메뉴 가격의 약 6~9%를 배달 앱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배달비도 2500~3300원 부담해야 한다.

고객은 배달료를 내지 않는다.


후자에서는 배달 주문이 늘수록 음식점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결국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하게 된다.


점주 박씨는 “배달 앱이 후자로 하라고 강제하지는 않지만 배달기사 중개 방식을 선택해야 배달 앱 상단 노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로서는 되도록 무료배달인 가게에서 주문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점주는 선택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달기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앞서 bhc, 교촌, 굽네, BBQ, 푸라닭 등 국내 주요 치킨 브랜드 점주들은 입장문을 내고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앱 수수료와 배달비로 6000원을 떼인다”면서 “팔면 팔수록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원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를 선택한 곳들도 늘고 있다.

파파이스는 지난 15일 치킨, 샌드위치, 디저트, 음료 등 가격을 평균 4% 올리면서 배달 메뉴는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5% 높은 가격으로 차등 적용했다.


앞서 KFC도 지난달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배달 메뉴를 100∼800원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이중 가격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중 가격을 선택하는 가게가 늘어나면 소비자 반감도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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