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해지고 사람답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 할머니의 인절미 홍시 사랑과 항상 덕을 쌓으라던 조손간의 화롯가 정담
- 밖에서는 회장님, 이사장님으로 집(修子舍)에서는 청지기 이자 보살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돼지를 키워온 순천의 대표 축산인 황금영 이사장은 지난 11월 3일 제3회 임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산림사업 유공 동탄사업훈장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숲속의 전남 단체를 헌신적으로 운영하면서 '숲속의 전남 만들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돼지를 기르는 일과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일은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르다는 그는 "하고자 했던 일을 망설이지 않고 돌진해왔다"며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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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영 사)숲속의 전남 이사장 |
▶ 이사장님은 순천지역 대표적인 축산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늘은 숲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008년부터 14년간 자력으로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에 전념하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나 목적을 두고 한일은 아닙니다. 젊은 날에는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을 했다면 나이 들어서는 생업과는 무관하지만, 푸른 숲과 깨끗한 공기는 모든 생명들과 우리 돼지들에게도 꼭 필요한 환경이라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낙안 골짜기 산이 둘러싸인 곳에 터를 잡고 축사 뒤편의 산을 구입해(54만평) 나무를 심었습니다.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라"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문장에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색다른 도전이었지만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 위해 보살피고 정성을 다하는 것은 돼지를 키우는 일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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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골 54만여평의 산림에는 27만여 그루의 편백림이 조성되어 있다 |
▶ 금년에는 사)숲속의 전남 이사장에 취임하셨는데요. 새로운 취임 소식에 단체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향후 숲속의 전남이 추진하려는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요?
숲을 가꾸는 일은 적은 소득이라 생업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사)숲속의 전남은 나무와 숲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회원들이 가입해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입니다.
현재 약 1,500여 명의 회원이 계시며 협회 사업에 참여해 주시는 회원은 300여 명됩니다. 당면한 협회의 최우선 과제로 협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회원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뜻있고 보람 있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저와 우리 임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남지역으로 한정되어 활동해온 사업을 전국화로 확대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특히 2016년부터 순천시와 추진해온 '3대 가족 정원 만들기' 사업을 전국화로 확대하고 '녹색자금 숲 체험교육'과 '아름다운 숲 탐방체험 프로그램'을 전남지역 관광상품과 연계하여 수도권 및 타지방에서도 전남을 방문하도록 산림 특화 아이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산림의 지속 가능한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청소년 교육 및 프로그램을 발굴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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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숲속의 전남은 순천시와 공동으로 2016년부터 ‘3대 가족정원 만들기’ 사업을 통해 431세대가와 2,300여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
▶ 부인 김수자 여사는 수필가로 지난 2016년 출간된<8년만의 약속>에서 이사장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할머니라고 쓰셨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셨다는 '화롯가 조손 정담'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지금도 '할머니' 단어만 나와도 그리운 내음이 느껴집니다. 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셨어요. 할머니께서 정화수 샘물로 치성을 드리며 늘 빌었던 것은 첫째로 농가가 잘 되게 해달라. 둘째는 우리 큰손자 잘 되게 해달라, 그다음이 우리 아들 잘 되게 해달라는 거였지요.
저를 위해 늘 콩떡과 홍시를 따로 준비해 두시고는 화로에 석쇠를 걸쳐 놓고 구우시며 하시던 말씀이 "항상 덕을 쌓아라"였습니다. 특히 도박과 정치, 여자를 멀리하라고 강조하셨지요. 지금도 주변분들로부터 정치판에 참여하라는 여러 유혹이 있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에만 전념하는 것도 할머님의 교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든 존재는 할머니입니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앞으로 살아갈 모습도 어릴 적 화롯가에서 들은 할머니의 가르침을 지켜갈 겁니다.
▶ 이사장님과 부인 김수자 여사님의 살아온 이야기들도 각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이사장님은 축산업의 성공요건으로 3W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3W에는 부인(Wife)이 포함되어 있어요.
다른 일에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축산업은 가족들의 동의와 참여가 있어야 됩니다. 할머님의 교훈을 따라 가정을 중시해왔고 저의 안사람 역시 늘 가족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집사람이 저보다 돼지와의 사랑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웃음) 돼지라면 뭐든지 좋다는 아내는 돼지의 3대 덕목으로 무욕(無慾)의 경지, 정직성, 재주를 부리거나 꼬리를 치지 않는다며 자칭 수자사(修子舍)의 주지가 되어 돼지 신도들의 보시를 받고 있다고 자랑하고 삽니다.
부인 김수자(金守子) 여사는 '돼지 엄마'라 불리는 한국의 100대 수필가 중 한 사람이다. 2016년 출간된<8년만의 약속>에서는 딸과 나눈 대화가 등장한다.
어미의 하소연을 들은 딸이 "그럼 '수자사'라는 간판을 하나 달아 보시지요?" 해서 웃었다.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들를지 누가 알겠느냐면서. '수자사(守子舍)', 수자라는 여인이 사는 집. 어느 지인은 이왕이면 '수자사(修子舍)'가 더 좋겠다고 추천한다.
홀로 있는 시간에 마음공부를 하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느냐고. 마음공부하는 데는 외로움만큼 좋은 스승이 없고, 혼자만큼 좋은 조건도 없다고 하면서.
좋은 생각들이다. 우주 만물의 행복을 위하여 마음공부를 하기로 했다. 마음공부는 딱히 할 일이 없는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목 아니겠는가. 많은 식구들, 외국인 가족까지 먹여 살리는 돼지들도 고맙다. 다들 행복하기 바란다.
(김수자 수필집<8년만의 약속>중에서)
▶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감소되는 인구 추세로 '지역 소멸' 키워드가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전 분야에서 대응을 위한 정책개발과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사)숲속의 전남 사업과 임업관련 분야에서는 어떤 전략을 논의하고 계실까요?
제일 우선되어야 할 일은 지역에 우수하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농도이자 산림자원이 풍부한 우리 전남에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임업 산업과 산림자원 확대 및 관리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먼 거리지만 전남의 환경에 맞는 적합한 산림 육성과 임업관련 여러 사업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 사)숲속의 전남 회원 모집이나 사업 전개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남도 지방의 지역소멸 대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를 지방으로 이전하여 인구증가를 기대해서는 안 되리라 봅니다.
나무와 숲에 관련된 일로 전남과의 인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주 방문하며 관광이나 숙박으로 현지에서 소비하게 하는 것도 대응을 위한 주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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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영 이사장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전에 ‘이 일이 공정하고 실용적인가’’라고 자문하며 개인은 물론 도민과 전 국민에게 가치 있는 일인지를 최우선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
숲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다양하고 큽니다. 사)숲속의 전남은 민관 협력을 통해 2050년까지 5억 그루 이상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생활화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치 있는 경관 숲과 소득 숲을 조성해가겠습니다.
또한, 전남 도민과 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임산업 구축으로 임업소득 증대와 건강한 숲 체험과 휴양, 치유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문경화 기자 [988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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