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 셋째)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제한하라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결과 은행들이 우대금리 혜택 폐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결과 전세대출 금리는 4%,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에 진입했다.

대출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세금리 상승분보다 정부 규제로 훨씬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6%로 지난해 12월 0.9% 대비 0.2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지표금리 즉 시장금리가 0.26%포인트 오르는 동안 시중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포인트가량 인상했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지표금리 상승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넘겨 대출 취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토로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들은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우대금리 혜택이 줄어들면 그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최종 대출 금리는 높아진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부터 아파트 담보 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 한도를 기존 0.5%에서 0.3%로 0.2%포인트 낮췄다.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대출의 우대금리(각각 최대 0.3%)는 아예 없애버렸다.

NH농협은행도 거래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신용대출 우대금리(최대 0.3%)를 최근 폐지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장, 유관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이 차질 없이 지켜지도록 시중은행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은행장들이 말씀을 많이 했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잘 협조하고, 동시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 '안정'에 방점을 두고 가계부채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전세대출에 예외를 둬 실무진이 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측면이 있지만 정부 대책에 협조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해 언급했다.

서울시와 금감원이 공동 주최한 '2021 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에 참석한 정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출 실수요자들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며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또 예외도 두면서 어려운 점을 감안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7%대로 유지하면서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4%, 4.9%로 제한할 경우 줄어드는 가계대출액은 각각 61조4000억원, 4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상호 한경연 팀장은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회복으로 대출 수요가 늘 수도 있다"며 기계적인 대출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김혜순 기자 / 송민근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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