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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구노조 신노조 갈등에 건보 이사장이 단식 나섰다
기사입력 2021-06-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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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이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고객센터 노조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가운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파업을 철회하라며 단식에 들어갔다.

공공기관 수장이 노조에 맞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규직화 드라이브가 고객센터 직원에겐 직고용 희망고문으로, 건보 노조에는 공정의 위기감으로 작용하며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 노조는 '고객센터 민간 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해달라"면서 "(노노 갈등으로)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공공기관 수장 단식 사태가 일어난 배경에는 '직고용' 문제와 관련한 고객센터 노조와 공단 소속 정규직 노조 간 심각한 내홍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는 1600여 명의 건보 상담사를 더는 외주화하지 말고 건보가 직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단 정규직 노조는 이 같은 주장이 공정성에 위배되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윤지원 기자]

무리한 정규직화…勞 '떼법 투쟁' 불렀다


건보 콜센터 파업 점입가경

기존노조·신노조 자기 주장만
사측서 마련한 대화 자리 불참
文케어 설계자인 김용익 궁지

공공기관 인건비 부담만 가중
신규 채용도 도리어 줄어들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강원도 원주시 본부 2층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민건강보험공단]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원도 원주 본부 2층 로비. 이곳에서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편에서는 건보 고객센터 노조가 직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집단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측의 최고경영자인 김용익 이사장이 돗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 이사장은 2017년 대선 때 민주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공약 수립에 관여한 인물이다.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라고 불릴 만큼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2월 건보 이사장에 취임했고 오는 12월 28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정규직 공단 노조가 '직고용' 문제를 논의할 협의기구에 참여할 때까지 이 물리적 대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상담사들의 직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건보는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사무논의협의회를 꾸린 상태"라며 "여기에 양 노조의 책임자들이 직접 참여해 이 사태를 당사자 간 대화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건보는 고객센터 업무를 효성ITX·제니엘 등 민간기업에 위탁하고 있는데 고객센터 노조 측은 상담사들을 건보의 정직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정규직 노조는 고객센터 직고용은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양측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모으기 위해 단식 농성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빼들었다.

그러나 실효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파업을 일시 중단시킬 수는 있겠지만, 직고용 문제는 사실상 노·노 간 합의가 요원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한 지 오래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건보 사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입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그저 비정규직을 '철밥통' 정규직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던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의 이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원장은 "건보 고객센터 직원들은 타 공공기관의 직고용 선례로 상대적 박탈감에 계속 시달릴 것이고, 정규직 노조는 이처럼 1600명이 직고용되면서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켜질 경우 향후 인력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에 떨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인건비 부담 등을 증가시키며 오히려 신규 채용 규모 자체를 제약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15곳의 인건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공공기관 채용 규모는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36개 주요 공기업(시장형 16개, 준시장형 20개)은 지난해 8350명(정규직 7638명·무기계약직 712명)을 새로 뽑았다.

2019년 신규 채용 1만2154명보다 약 32% 감소한 수치다.


정규직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민간 영역에서 '질 좋은 일자리'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김희래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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