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 국적사 취항여부가 장벽
韓日 항공 공급 구조 불균형에
방한 일본인 접근성 제약 우려
항공편 중 92%가 한국 항공사
외항사 유치에 전략적 접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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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사진=pexels |
점차 한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름 장마도 시작했고요. 더위에 장마까지 잠시 비껴갈 만큼 흥미진진한 ‘
방한 외국인 관광객, 곧 죽어도 지방 안 가는 의외의 이유’ 소식 담아 전합니다.
외래 관광객 곧 죽어도 서울 찾는 의외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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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사진=pexels |
지방 관광 활성화 노력만 수십 년째. 그런데도 방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은 ‘서울’에만 머무른다. 방한 외래 관광객이 지방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지역 공항에 노선을 운영하는 외항사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의 약 93.5%를 회복한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전체 외래 관광객의 약 73%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는 것. 지방공항으로 입국한 비중은 약 15.1%에 불과했다.
국적사 여객 70%일 때, 외항사는 ‘꼴랑’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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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사진=pexels |
이쯤에서 ‘국적 항공사를 이용해 외래 관광객을 모객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반대로 묻겠다.
통상 해외여행 시 1순위로 고려하는 항공사는 국적 항공사인가, 외국 항공사인가. 국적사 취항 노선이 없거나 항공권 가격 차이가 심하지 않다면, 친숙한 국적 항공사가 1순위다.
이게 문제다.
“
우리도 외항사 잘 안 타잖아요. 어느 나라에서든 해외여행 시 자국의 항공사를 1순위로 떠올리고 고려하죠. 달리 말하자면, 외항사를 국내에 유치하는 일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예요.” 한 관광업계 전문가가 전한 말이다.
실제로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이 발간한 ‘2024 포켓 항공현황’에 따르면 2023년 전체 항공사 여객은 6831만 9015명을 기록했다.
그중 우리 항공사를 이용한 여객은 4720만1560명으로 전체 중 69.1%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 여객은 2111만 7455명으로 전체의 30.9%에 불과했다
. 항공업계 종사를 고려해도 국적사 이용 여객이 약 70%에 육박한다는 것은 큰 선호도 차이다. 자국의 항공사가 해외의 여행지에 취항하면 ‘해당 여행지에 관한 여행객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 정도였다고?” 日 노선 92.4%가 국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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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리 / 사진=PEXELS |
지난해 항공편으로 실제 국내 항공 공급 구조가 어떤지 살펴보자. 야놀자리서치가 지난 17일 ‘
동북아 항공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본 지역공항 활성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24년 기준 한국과 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3개국과 항공 공급 구조를 비교·분석했다.
이 세 국가는 한국 관광의 최대 교역국이자 경쟁국이다. 지난해 이 세 국가는 전체 방한 외래 관광객의 약 56.8%를 차지했다.
동시에 한국인의 주요 여행 목적지이기도 하다.
즉, 한국의 국제선 노선 중 상당수가 이 세 국가와 연결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당 노선의 항공 공급 구조에서 관광수지의 균형과 지역공항 활성화 방안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2024년 기준, 일본·중국·대만 3개국과의 항공편 공급을 살펴보면 공급의 양적 수준 뿐만 아니라 국적기와 외항기 간 비중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항공 공급 구조의 불균형’이 일본인 등 외래 관광객의 방한 접근성을 제약한다고 짚는다. 이는 관광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지역 공항의 구조적 한계’와 ‘외항사 유치의 전략적 필요성’을 조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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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선의 국적사 및 외항사 운항 편수 / 그래프=야놀자리서치 |
보고서에서는 특히 ‘한국과 일본 간 항공 공급 구조의 불균형’이 심하다고 말한다. 이런 항공 공급 구조 불균형은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 접근성을 제약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일본 간 전체 항공편 수’인 13만 1349편 중 약 92%인 ‘12만 1481편’이 한국 국적 항공사에 의해 운항했다. 한국 항공사가 약 48개 노선을 운항할 때, 일본 항공사는 ‘도쿄~인천’ ‘도쿄~김포’ ‘오사카~인천’ 등 단 3개 정기 노선만을 운항했다.
한국의 지방공항으로 정기편을 운항하는 일본 국적의 항공기는 단 1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 노선과 같이 한국 항공사의 공급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구조는 결과적으로 외래 관광객의 항공 접근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2만 명에 달했다.
우리 국민 6명 중 1명꼴로 여권에 일본 출입국 도장을 찍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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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사진=pexels |
반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2만 명에 그쳐 약 2.7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노선 구조는 한국인에게는 다양한 항공편 선택지이지만, 일본인의 방한 여정을 서울에 제약하게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인의 국내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데 있어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
일본인이 자국 항공사 브랜드를 통해 예약하더라도 실제 운항은 한국 항공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
이로 인해 서비스 일관성이나 예약 편의성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이는 방한 결정의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약 100억달러(약 13조7550억원) 규모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인 관광객은 322만 명이 한국을 찾아 전체에서 2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한국 여행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관광객에게 ‘방한을 위한 자국 항공편 선택지’가 부족한 것은 관광수지 적자를 심화하는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대만과 비교하니 불균형 격차 더 도드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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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사진=pexels |
중국과 대만의 항공 공급 양상과도 비교해 보자. 먼저, 2024년 기준 한국-중국 간 항공망은 한국의 인천·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 등 7개 국제공항과 중국의 39개 도시를 오가는 총 77개 노선으로 구성했다.
도시 수와 노선 수 모두 일본과 대만 노선보다 많은 수준으로 한중 노선이 한국-동북아 항공 연결망에서 가장 광범위한 구조를 보였다.
한중 노선은 김포·인천뿐만 아니라 김해·제주·청주·대구 등 다양한 한국 공항과 직접 연결해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광저우·난징·다롄·옌지·옌타이·텐진·항저우 등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들과의 노선도 활발하게 운항하고 있었다.
다만 중국은 제주 지역에 항공 수요가 편중해 있다. 제주공항은 2024년 기준 중국 항공사의 운항 편수가 9394편에 달했다.
중국인 입국자 수 역시 약 84만 명으로 전체 지방공항 중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 김해공항의 중국인 입국자 수는 약 10만 명이다.
같은 해 일본인 입국자 수인 29만 명과 대만인 입국자 수인 36만 명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다.
이는 한중 노선의 전체 지방공항 공급량은 양호하나 실질 으로는 공급이 ‘제주공항’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노선과 비교할 때 중국 노선은 구조적 측면에서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본 항공사가 인천·김포공항 등 수도권 공항에만 정기편을 운항하는 데 비해 중국 국적 항공사들은 지방공항에 비교적 고르게 취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노선의 평균 편당 여객수는 한국 국적기 153.1명, 중국 국적기 133.6명으로, 일본 평균 여객수인 190명과 대만 평균 여객수인 194명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 19 이후 중국발 노선의 수요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463만 명으로 2019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인 602만 명 대비 약 77%를 회복해 안정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
최근 오는 7월~9월 중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며, 여행업계서는 적극적으로 중국 여행 수요 증가에 대비 중이다.
중국 노선은 단기적으로 수요 회복이 부진하지만, 장기적으로 지방공항을 활용해 항공 공급을 분산하다면 효과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수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지방공항 정기편으로 외래관광객 유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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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 사진=pexels |
그렇다면 대만은 어떨까. 대만 노선은 전체 노선 수는 적지만, 공급의 지역 다양성이 눈에 띈다. 2
024년 전체 방한 외래 관광객 수 중 대만은 147만 명을 기록해 중국 460만 명, 일본 322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국가였다.
한국~대만 간 항공노선은 주로 ‘한국의 인천·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 등 7개 국제공항’과 ‘대만의 타이베이·가오슝·타이중 3개 도시’를 연결하는 11개 노선이 있다.
전체 공급의 80% 가량은 타이베이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대만은 노선 수나 연결 도시 수는 일본이나 중국 노선보다 적다.
공급자 구성에서는 대만 역시 일본처럼 한국 국적 항공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대만 노선 전체 정기편 중 약 62.3%가 한국 국적 항공사에 의해 운항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 등 다양한 지방공항 노선을 고루 운영 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과 대만 노선은 제주·대구 등 일부 지방공항으로의 정기편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적사와 외항사 모두 일정 수준의 지역 분산 공급 양상을 보였다.
대만 노선은 한국 항공사 비중이 높음에도 중화항공·타이거에어 등 외항사의 지방공항 취항이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대만 항공사의 평균 편당 여객 수는 184.6명으로 한국 국적기 평균 편당 여객 수인 196.4명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대만에서 유의미한 한국 지방 여행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대만 노선은 전체 공급 규모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작지만, 공급의 지역 분산성과 외항사의 참여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외국인 국내 관광 성과를 달성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도쿠시마처럼 공급 없다고 ‘수요’ 없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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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시마현 / 사진=pexels |
2024년, 인천공항이 국제선 여객편의 77%를 차지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김해·제주·대구 등 주요 지방공항의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공급이 없다고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도쿠시마현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인 입국자가 거의 없던 도쿠시마는 2024년 12월 이스타항공의 신규 취항 후 한 달 만에 407명의 한국인 입국자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지자체와 일본 공항, 일본 항공사가 한 마음으로 합심해 이뤄낸 결과다. 신규 취항 시 보조금 제공, 공항 착륙료 감면, 현지 지자체의 여행상품 개발 및 미디어 홍보, 현지 무료 셔틀버스 운영 등 복합적인 관광 자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기로 나선 결과다.
일본은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외항사 유치 전략’을 썼다.
‘대만~김해공항’ 사례는 지역 공항의 분산적인 공급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방 여행 수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김해공항의 대만인 입국자 수는 2024년 기준 36만 명에 달한다.
이는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일본인 입국자 수인 29만5651명이나, 중국인 수인 10만974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항사들이 김해·제주·대구 등 지방공항에 정기적으로 취항한 결과인 것이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일본은 외항사 유치를 지역관광 정책의 일환으로 체계화하며 자국 내 유통망과 협업해 잠재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지방공항 활성화를 관광 수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하고 정부, 지자체, 항공사 간 협업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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