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시달리는 석화업계 지원
가동률 조정·생산량 감축 협의해도
담합 처벌 예외로 해주는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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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수요감소, 중국발 공급 과잉,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여당에서 발의한 ‘석유화학 특별법’이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기요금 감면과 합병·분할·연구개발(R&D)에 세제 지원 등 사업재편을 위한 포괄적 지원 방안을 골자로 한다.
법안의 최대 핵심은 석화기업 간 설비 가동률 조정이나 생산량 감축 협의 시 공정거래법 적용을 예외로 해주자는 조항이다.
지금까지는 담합으로 간주돼 불법이었던 ‘화학적 통합’(물리적 합병 없이 설비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도, 해당 조항이 법제화되면 제도권 내에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말하는 화학적 통합은 지분 양수를 통한 ‘물리적 통합’과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A사와 B사가 각각 60~70% 가동률로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운전하고 있을 때, A사가 설비를 중단하고 B사만 100% 가동한 후 생산된 기초유분을 양사가 나누는 식이다.
NCC를 매각하거나 ‘스크랩(폐쇄)’하지 않으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업계 ‘한파’를 견디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화학적 통합은 현행법상 담합으로 간주돼 현재 추진이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법이 통과되면 기업 간 협업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화업계 내 구조조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수·울산·대산 등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NCC 통합 논의는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다만 지분을 사고파는 방식의 ‘물리적 통합’은 지분 구조와 그룹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안으로 간주되는 ‘화학적 통합’ 시나리오마저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간주돼 논의조차 어렵다.
이렇다 보니 최근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정부에 제출한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일부 설비의 물리적 폐쇄(스크랩)까지 전격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접근에 대해 “현실성도, 지속 가능성도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설비를 고철값에 넘기라는 식의 해법은 실
효성도 없고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며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고,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통합과 효율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적 폐쇄보다는 법적 장치를 통한 유연한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공정거래법 예외를 명시한 이번 특별법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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