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과보수 38억 달라”…청산 앞둔 ‘어바인퍼스트’ 조합장 요구에 발칵

오는 29일 조합해산 총회서 10개 안건 상정
성과급 총 60억원 책정 포함 3개 안건에 조합원 반발
조합장 해임 추진·총회 중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 예고
전문가들 “투명한 성과급 공개해야”

‘평촌 어바인퍼스트’ 단지 전경. [사진 출처 = 로드뷰]
4154가구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평촌 어바인퍼스트(호원초교주변지구 재개발사업)’가 시끄럽다.

재개발조합 해산을 앞두고 고액의 조합장 성과급 등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호원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은 이달 29일 열리는 총회에 앞서 해산 직전 성과급(성공보수) 지급 등 총 10건의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조합측이 요구한 성과급은 조합장 1인 38억원, 임원 8인 총 11억원, 대의원 108인 총 10억8000만원 등 약 60억원이다.

이와 관련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성과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은 지난 9일 지방 거주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안건 책자를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직접 책자를 건네받은 대다수 안양 거주 조합원들은 책자 내용을 확인한 후 과도한 성과급이라며 대응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한 조합원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동안 조합장은 활동비를 제외하고 연 2억원의 연봉을 받아 왔고 임원들도 몇 차례의 급여 인상을 통해 적지 않은 급여가 지급됐다”면서 “조합장은 이미 청산법인장 변경을 통해 억 대연봉 책정, 성과급 지급 관련 제약을 풀어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조합청산총회 안건 책자 일부. [조합원 제공]
조합원들은 안건 3호(조합변경 승인의 건)와 7호(청산인 선임 및 청산법인 승인운영의 건)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기존 조합이 사업 수익금 약 900억원 중 600억원만 조합원분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약 300억원 중 성과급(60억원)을 제외한 약 240억원을 청산법인으로 이관 후 빼돌리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완료돼 입주까지 끝났지만, 마지막 단계인 청산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유보금이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청산 절차에도 여전히 ‘깜깜’
국토교통부의 ‘전국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전수조사 자료를 보면 현재 조합 해산 이후 청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 347곳 있다.

이들 미청산 조합의 해산 당시 잔여 자금은 1조3880억원 규모였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남아 있는 잔여 자금 4867억원이다.

청산을 진행하며 9013억원을 사용한 것이다.


청산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해산 이후 자산·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돈을 배분하는 ‘최종 정산’ 과정이다.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 재산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해산 때 남은 돈은 조합원들에게 1차 환급하고, 소송 대응, 세금 납부와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한 유보금을 남기고서 청산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청산인은 통상 기존 조합장이 맡는다.


조합원들의 반발 내용이 담긴 전단지 이미지. [조합원 제공]
그런데 상가·아파트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거나, 세금 납부 및 환급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산인이 차일피일 청산을 미루며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청산인 월급과 운영비로 많게는 매월 수억 원이 줄줄 새 나가면 그만큼 조합원들이 환급받을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일단 입주를 시작하면 조합원들의 관심이 확 줄어들기에 이를 악용하는 청산인들이 있다”며 “조합원들이 해산총회 때 청산법인에 권한을 얼마나 줄 것인지와 잔여재산을 얼마 남길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재건축·재개발 청산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할 수 있게 됐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청산을 미룬다면 정부·지자체가 청산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본 기자는 이 같은 논란에 해당 단지 조합과 조합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전날 저녁 조합장은 ‘호원지구 해산총회 호소문’을 통해 “현재 총회 기간을 틈타 일부 세력이 조합원들을 회유하거나 총회 안건에 대한 반대를 종용하며 총회 자체를 무산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명백히 조합원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사업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모든 총회 안건은 조합원의 직접적인 의결로 결정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조합장의 해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조합장 해임은 조합원 과반 참석에 과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또 다른 조합원은 “현재 조합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전문적이고 공정한 청산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주된 반응”이라며 “법무법인과의 상담을 통해 29일 예정된 총회도 열리지 못하게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안양시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평촌 어바인퍼스트’ 입주민 민원글. [사진 출처 = 안양시 홈페이지 갈무리]
아울러 조합원들은 안양시청 게시판에 호원초등학교 재개발 조합의 청산 절차 전반에 대한 행정감독과 감사 착수 민원도 제기했다.

성과급 지급 적법성·정당성에 대한 검토와 집행 중지 권고, 조합 해산 이후 청산인의 자금 집행을 감사 대상으로 편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는 해당 사업에 대해 시는 별도의 중재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양시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시에서 따로 중재를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에서 조합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시가 관여한 사례는 전혀 없고, 어떤 관여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잇따른 논란…소송전도
한편 예전에도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성과를 낸 조합장이나 조합 임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은 시기에는 일반 조합원들 반발이 적었지만, 최근에는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4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재건축조합은 임시총회에서 A조합장에게 성과급 58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논란이 됐다.

일부 조합원은 “과도한 성과급 책정”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이 상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서초구 반포동 ‘레미안 원베일리’ 조합도 조합장에게 성과급 10억원을 지급하는 문제로 분란을 겪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사업 이익금 1050억원의 20%를 임원 성과급으로 주려다 소송전까지 갔다.


경기 안양시 비산초교 주변 지구(평촌 엘프라우드) 재개발 조합은 조합장에게 5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밀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합 설립 시 성과급 지급 등에 대한 정관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제문 창조도시경제연구소장은 “조합원 정관에 성과급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며 “정관에서의 명확한 부분이 없어 조합 이사회 의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합원들과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조합에서는 조합원 동의 없이 임원들의 급여나 성과급을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이라며 “사전에 성과급 책정 기준 등에 대해 조합 규정으로 기준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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