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을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되면서 향후 연준의 운신 폭이 줄어들 상황에 부닥쳐서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을 통해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최대 고용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게 목표다.

경제가 둔화하면 물가도 낮아지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관세는 물가·실업률을 둘 다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사미르 고엘 도이체방크 신흥시장·아시아태평양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이날 CNBC에 "관세 충격이 연준에 실질적인 정책 딜레마를 안겨줬다"며 "연준은 이제 성장 지원과 인플레이션 억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성장률은 현저히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도구(기준금리 변경)는 같은 시점에 두 개(최대 고용·물가 안정)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다"며 "관세가 올해 내내 우리를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주 노동시장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 6~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직전 주보다 9000건 줄어든 21만5000건으로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준 풋(Fed put)'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아니다"면서 "시장은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 수장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안전자산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금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지만 달러화 가치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83% 내린 99.38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는 8%가량 떨어졌다.

반면 금값은 온스당 330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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