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여성 아니야, 설명할 필요도 없어”...트렌스젠더 향한 英대법원의 판결

英대법원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
“성별 구분에서 생물학 차이 자명”
별도의 설명 필요없다고 만장일치

여성 활동가들이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대법원 앞에서 평등법상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뜻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 대법원이 법적으로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만 의미하며, 트랜스젠더는 법적으로 여성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해’(For Women Scotland·FWS)라는 단체가 스코틀랜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영국의 평등법상 ‘여성’과 ‘성’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여성과 성을 의미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0년 평등법의 성별 정의는 명확하게 성별이 이분법적임을, 즉 사람은 여성이거나 남성 중 하나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이 정의에는 ‘생물학적’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지만, 생물학적 차이는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며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스코틀랜드 의회가 공공 부문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2018년 통과시킨 ‘공공기관의 성별 대표성에 관한 법’에 대해 정부가 여성의 범주에 성별 인식 증명서(GRC)를 발급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FWS는 스코틀랜드 정부의 여성에 대한 정의가 영국 평등법의 범위를 넘어선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용어가 생물학적 여성만을 의미해야 하며, GRC를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을 포함하는 건 법적 정의를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 법원에서 FWS는 패소했지만, 영국 대법원은 FWS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대법원은 만장일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 세력이 다른 세력에 대해 승리했다고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판결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약화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FWS는 엑스(X·옛 트위터)에 “법원이 올바른 답변을 내렸다”고 환영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항상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 단일 성별 공간의 보호를 지지해 왔다”라며 “이번 판결은 여성과 병원·보호소·스포츠 클럽과 같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학적 의미의 ‘젠더’에 비판적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K. 롤링도 엑스에 “놀라운 세 명의 스코틀랜드 여성이 이 승리를 이끌어냈으며, 이로써 영국 전역에서 여성과 소녀의 권리가 보호됐다”고 올렸다.


반면 트랜스젠더 단체 연합은 “오늘 판결이 가져올 광범위하고 해로운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좌파 성향의 스코틀랜드 녹색당은 “이번 판결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며 “트랜스젠더 사람들과 연대하며 그들을 겨냥한 문화 전쟁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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