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개친구 안할래?”...선녀가 된 시진핑, 베트남에 ‘반미연대’ 유혹

習, 동남아 3개국 순방 시작
베트남서 ‘운명공동체’ 강조
“무역전쟁 승자 없어” 비판

희토류 제한·美국채 매각 등
中, 다양한 반격카드 쥐고선
‘反美 전선’ 구축에 잰걸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1박2일간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위해 14일(현지시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미·중 ‘관세전쟁’이 고조되고 장기화할수록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반발을 부르면서 중국의 ‘반미 전선’ 구축에 명분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마저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전 세계 경제와 무역을 흔드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직접 방문하며 우방국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게재한 ‘공동의 열망으로 손잡고 전진하자’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고, 세계는 새로운 동요와 변혁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두 나라는 공급망에서 더 긴밀히 협력하고 신흥 산업에서 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항하자는 취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4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 도착해 르엉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또 시 주석은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중국은 잇단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이날 시 주석 발언도 이러한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동남아 3개국뿐 아니라 오는 7월에는 EU와 정상회담을 한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려야 하지만 시 주석이 브뤼셀 방문에 소극적이어서 EU 측이 방중을 고려 중이라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EU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폐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나선 데는 미·중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실제 중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를 겪으면서 대외 무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실제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9.2%에서 2023년 14.8%로 줄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중저널’ 기고문에서 “대미 수출이 중단돼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6%에 달하는 내수를 5%만 올리면 대응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을 자국 또는 다른 국가의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532개(2022년 기준) 주요 제품군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과 비교해 4배 증가한 규모다.

또 희토류 및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 통제 강화,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확대,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국채 매각 등 중국의 추가 반격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에서 전량 정제되는 중희토류와 90%를 생산하는 희토류 자석의 수출을 제한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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