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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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4일 베트남 하노이 공산당 중앙위 청사에서 또럼 서기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중 '관세전쟁'이 고조되고 장기화할수록 중국이 얻는 반사이익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반발을 부르면서 중국의 '반미전선' 구축에 명분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마저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전 세계 경제와 무역을 흔드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직접 방문하며 우방국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14일 오후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후 양측은 공급망 강화·철도 협력 관련 협정 등 수십 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 중에는 상품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간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이 포함됐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게재한 '공동의 열망으로 손잡고 전진하자'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지도자들과 우호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새 시대 중국과 베트남의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새 청사진을 그리기를 기대한다"며 "두 나라는 공급망에서 더 긴밀히 협력하고 신흥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항하자는 취지다.
또 시 주석은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중국은 잇단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동남아 3개국뿐 아니라 오는 7월에는 EU와 정상회담을 한다.
이처럼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미전선을 구축하고 나선 데에는 미·중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또 희토류 및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 통제 강화,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확대,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국채 매각 등 중국의 추가 반격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할 가능성에 대해 "당장은 아무 계획이 없다"고 밝혀 양국 간 무역협상 교섭에 아직까지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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