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실에 자존심을 꺾었다.
총 145%라는 관세율로 중국 타도를 외쳤지만 자국 기업 타격과 소비자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관세에서 스마트폰 등을 제외한 조치는 기술업계 승리로 기록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스마트폰 물량 중 중국 비중은 81%에 달한다.
컴퓨터 모니터 수입도 중국산이 78%로 비중이 높다.
제라드 디피포 랜드 중국연구센터 부센터장이 집계한 미국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금액 가운데 3893억900만달러(약 555조원)가 이번 상호관세 제외 영향에 든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1016억8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즉 이번 관세 면제 대상의 26%가 중국산인 셈이다.
앞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전날 밤 스마트폰·컴퓨터·디스크 드라이브·메모리칩·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이들 품목에는 중국에 부과한 125% 관세는 물론 다른 모든 국가에 적용한 10% 기본관세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산 제품은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적용하며, 다른 종류의 관세를 이미 부과한 것이 있다면 합산한다.
WSJ는 이날 "중국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 등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 조처는 소비자들의 가격 상승 우려를 불식하려는 또 한 번의 후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내 아이폰 가격이 2배 넘게 뛸 것으로 관측했다.
시넷은 대중국 관세가 반영되면 아이폰16 프로 맥스(1TB)는 현재 1599달러(약 230만원)에서 약 3598달러(약 520만원)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완화와 관련한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정은 글로벌 공급망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미국 제조능력이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전용기에서 스마트폰 등에 대해 관세를 제외한 배경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월요일(14일)에 매우 구체적으로 답하겠다"며 품목별로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칩·스마트폰·노트북과 같은 핵심 기술을 제조하는 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관련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미국 측이 일방적 상호관세라는 잘못된 처사를 수정하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체제 특성상 미·중 간 관세 '치킨게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관련 칼럼을 통해 "절대 권위를 지니고 통치하는 시진핑은 중국 인민이 고난을 견디도록 할 각오가 돼 있음을 입증했다"면서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상향할 때마다 맞대응(tit-for-tat) 전략으로 고강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과 별도로 중국과 벌이는 광물자원 경쟁도 지속하고 있다.
이날 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태평양 등 심해저에 있는 광물자원인 망가니즈단괴(Manganese nodule)를 국가전략물자로 비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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