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쟁여두면 큰일”...사재기 대란 일어난 미국, 카드 사용액 폭증

지난 주말 신용카드 사용액
이전 평균치보다 33% 폭증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애플 매장 [사진 =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 고통을 염려한 미국 소비자들이 생활용품부터 자동차, 가전 등 고가 제품까지 사재기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해외 사입 물량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불안 심리는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 수백만 명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추적한 어니스트애널리틱스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일 애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직전 4주간 토요일 평균 대비 33%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건축 자재 판매 업체 홈디포에서 소비가 같은 기간 10%, 미국 가구 브랜드 RH에서는 26% 치솟았다.

지난 5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처음 맞은 주말이었다.


소비자들의 사재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초래하는 관세 불확실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안을 발표하면서 수입품 가격 상승을 예상한 미국인들이 지출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겪은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이라는 ‘학습 효과’도 사재기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받을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소비자 심리가 선제적인 사재기 움직임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공급’ 측면에서도 공급 축소에 따른 물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제조된 상품 수입 물량 일부를 줄였다.

지난 2일 상호관세안 발표 직후 아마존은 비치체어, 스쿠터, 에어컨 등 다양한 아시아산 상품의 주문을 취소했다.

공급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무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이 수입 물량 축소에 나선 배경은 관세 비용 절감으로 추정된다.

아마존은 판매 상품의 40%를 직접 매입한다.

외국 현지에서 제품을 도매로 사들인 뒤 미국에 있는 물류창고로 직접 운송하는 방식을 택한다.

아마존이 직접 미국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관세가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아울러 미국 소비자들은 이날 중국에 125%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타국엔 90일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도 시큰둥한 분위기라는 게 WSJ의 평가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 규모에서 중국산이 2위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미 콜로라도주의 자영업자 브랜디 갤러웨이 씨는 WSJ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시 유예 조치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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