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90일 유예에 따른 미국발 훈풍에 한국 반도체주들이 모처럼 반등했다.

반도체주는 외국인 비중이 크고 경기 민감도가 높아 최근 관세로 인한 '패닉셀' 장세에서 낙폭이 컸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발효될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돌아오면서 반도체주가 올해 업황 개선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다시 생겼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가 6.42% 상승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11.03% 올랐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역시 ISC가 9.98%, 테크윙이 9.51%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반도체주의 동반 상승에는 9일(현지시간) 나스닥이 12.16%,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8.73% 오른 영향이 컸다.


무차별적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감이 컸는데 관세 유예 덕분에 반도체 수요 및 투자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가 18.72% 급등하면서 한국의 밸류체인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도체는 관세 부과 대상이 될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호관세로 인한 PC·휴대폰 수요 감소 우려를 선반영하며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재고 조정과 공급 축소 영향으로 메모리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공급 제한 효과가 2분기부터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올해 D램 수요는 전년 대비 18%, 공급은 14% 증가하는 데 그친다.

낸드플래시는 공급 증가율이 소폭 높은 편이다.

다만 기업들이 추가적인 감산에 나서며 2분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칩 가격 상승 추세는 관세 발효 전 부품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수요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힘을 못 썼다.


여전히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강하다.

10일 발표된 TSMC의 지난 3월 매출은 2859억대만달러로 전월 대비 10% 늘어났고,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6.5% 급증했다.

다만 시장의 안도 랠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

여기다 대중국 관세율이 125%로 크게 뛴 것도 부담이다.

국내 반도체가 중국, 대만에서 중간 조립을 거쳐 수출되는 상황이라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세트 디바이스의 최종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중국 관세로 중국 스마트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들이 보수적으로 재고 관리를 하면서 반도체 부품 구매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