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충격 ◆
트럼프 변덕에 장관들도 '어리둥절'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국방 획득 현대화·국방 산업 혁신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서명식에 배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가운데)은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팔짱을 낀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증시는 급등했지만,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여전히 높은 정책 불확실성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자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반등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7%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9.52%와 12.16% 급등했다.

그러나 주요 기업 수장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발 관세가 경기 침체를 초래해 기업들의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봐온 것보다 더 많은 신용 문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에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한 소매업체들의 채권을 처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실채권을 추적한 결과 지난주 말까지 미국 기업 부채가 올 2월 말 이후 32%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CEO도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밝혔다.

지난달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배스천 CEO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마치 경기 침체에 들어가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곧바로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기야 월마트는 상호관세 여파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을 염려하며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철회한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날 CNBC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관세가 시행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새로운 예상 범위를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월마트는 지난 2월 발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0.5%에서 최대 2% 증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날 "회사가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재고와 비용을 잘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 심리가 하락해 매주, 솔직히 말하면 매일 판매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의류업체 팔로마클로딩의 마이크 로치 공동 창업자는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 하락해 신규 채용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상해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대규모 할인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드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발효 시점인 지난 3일부터 2024년과 2025년 생산한 모든 새 차를 오는 6월 2일까지 직원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월마트는 경기 악화에 대비해 대규모 매장을 더 늘려 가격을 낮춤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도 올해 매출이 여전히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여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반석이 비는 경우가 늘어나자 일반석 가격 조정에 나섰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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