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만 100억원 넘게 팔렸다...만년설이 빚은 보물 “사케? 착해!”

364년 전통 日사케 명가 ‘오토코야마’ 야마자기 대표
명문대 졸업후 직장인 됐지만
부친의 설득에 주조소 맡기로

과거 에도 시절 만들어진 古酒
사케 최초로 ‘몽드셀렉션’ 金
한국의 할인점·편의점에 진출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야마자키 고로 오토코야마 대표가 이마트 용산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아영FBC]

364년 동안 명맥을 지킨 사케가 있다.

일본 교토에서 시작돼 홋카이도로 옮겨와 야마자키 가문의 손길이 5대에 걸쳐 닿으면서 날개를 달았다.

세계 최초 사케로 세계 주류 품평회 ‘몽드셀렉션’에서 금상을 받았고, 홋카이도에서 판매량 1등의 지역 대표 술이 됐다.

주류 시장 침체 속에서도 일본에서만 연간 11억3100만엔(1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말부터 처음으로 한국 유통 업계를 직접 공략하고 나선 ‘오토코야마(男山·Otokoyama)’의 얘기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야마자키 고로 오토코야마 대표(41)는 “5도 이상의 고도주가 일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며 “한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싶었다”고 한국에 진출한 이유를 밝혔다.

오토코야마는 지난해 말 ‘도쿠베츠 준마이(特別純米)’를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 출시했다.

편의점 GS25에도 판매된다.

오토코야마의 진출은 국내에서 부상하는 사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사케 수입액은 2년(2023~202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쿠베츠 준마이는 홋카이도 지방을 대표하는 오토코야마 주조소의 대표 상품이다.

은은한 청사과 향에 드라이하면서 풍부한 감칠맛, 깔끔한 목 넘김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받아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는 16%다.

미야마니시키 쌀을 사용했고 정미율은 55%다.


오토코야마는 1661년 교토에서 시작돼 1968년부터 홋카이도에서 야마자키 가문에 의해 계승된 술이다.

에도 시절 시작돼 일본의 전통 공연예술인 가부키, 조루리, 전통 회화 형식인 우키요에에 등장할 만큼 오래됐다.

1997년 몽드셀렉션에서 사케로서 금 맛을 본 술로도 유명하다.

이후 사케가 금상을 수상한 사례가 없어 지금도 유효한 기록이다.

자국 주류 품평회와 국립양조연구소(NRIB·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Brewing)에서도 수많은 금메달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라벨에 있는 ‘남산(男山)’ 표기 때문에 ‘남산 사케’로도 알려져 있다.

‘남자의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360년이 넘는 전통 사케를 빚는 특별한 방법을 묻자 야마자키 대표는 “홋카이도 사케는 대자연이 준 선물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최북단에 있어 사케 양조에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다.

차가운 기후는 사케 양조 과정에서 발효를 천천히 진행해 더 복잡하고 깊은 맛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은 쌀 재배에 적합해 고품질 사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주조소가 있는 홋카이도 내 다이세쓰산의 만년설에서 스며 나오는 깨끗한 물이야말로 오토코야마 사케의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대자연이 준 선물을 야마자키 대표는 한사코 마다했었다.

그는 일본 최상위권 국립대학인 히토쓰바시대 상학부를 졸업하고 가업을 잇기 싫어 직장 생활을 했다.

종합 무역 회사 마루베니에 입사해 식품 부서의 음료 원료 부서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섭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360년 전통을 끊는 죄를 지을지 모른다는 죄책감과 부친의 끈질긴 설득이 그를 홋카이도 주조장으로 떠밀었다.


떠밀려 시작한 일이지만 일에 대한 집념은 강했다.

2013년에 오토코야마 주조소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오이타현 구니사키반도의 주조소에서 1년간 연수받았다.

2014년 오토코야마 주조소에 이사로 합류했다.

오토코야마 주조소의 5대째 운영자가 됐다.

현재 그는 해외 진출과 다양한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토코야마 주조소는 일본 1200개 주조소 중 40위권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대만, 홍콩, 중국,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독일 등 20개국에 오토코야마를 수출하고 있다.


야마자키 대표가 오토코야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하나를 귀띔했다.

그는 “차갑게 하거나 데우지 말고 실온 그 상태로 마시라는 것이 좋다”며 “그래야 꾸밈없는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때로 어떤 이들은 술의 잡미를 숨기기 위해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 미각을 흐린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 있는 술은 결코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 하지 않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상의 조합은 추천해줬다.

연어, 털게와 함께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칭기즈칸(일본식 양고기 구이)과 같은 양고기와 먹어보라는 것이다.

그는 “홋카이도의 정취를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 있는 오토코야마 주조소 박물관. 아영FBC
한편 전 세계의 수많은 팬은 매년 아사히카와시에 있는 오토코야마 주조소 옆 박물관을 방문한다.

이 박물관은 사케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며 방문객들은 사케를 시음할 수도 있다.

오토코야마 공원은 다이세쓰산과 도카치산맥의 숨 막힐 듯한 전망을 제공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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