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은 새로운 과제에 맞닥뜨렸다.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관세를 줄일 전략이 필요하다.
이 중 하나가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는 일이다.
미국 시공능력 순위 36위의 중견 건설사 알버리시는 한국을 8대 전략 시장으로 삼고, 미국에 공장 건설 수요가 있는 한국 회사들 물색에 나섰다.
최근 방한한 정윤영 알버리시 부사장(사진)은 "글로벌 대기업조차 생산시설을 지을 때 미국 현지 상황을 간과해 완공이 지연되거나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면 미국 건설업계 관행을 숙지하고, 예산 수립 단계부터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1918년 설립된 알버리시는 국내 대기업과 스텔란티스가 합작해 세운 넥스트스타에너지의 캐나다 온타리오 전기차 배터리 공장,
포스코퓨처엠과 GM 합작사가 캐나다 퀘벡에 지은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CAM) 생산기지 등 프로젝트를 담당해 한국 기업들과 친숙하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한국과 미국의 관행 차이에서 오는 의사소통 오류를 경험한다고 한다.
정 부사장은 "미국 인건비나 물가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책정하는 것도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당초 예산을 120억달러(약 17조원)로 잡았지만, 공기 지연 등 여파로 최종적으로는 200억달러(약 28조원)가 소요됐다.
정 부사장은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프리 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 방식을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시공사를 정식 선정하기 전 현지 사정에 밝은 설계 업체나 시공 업체에 예산 수립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해당 업체의 시공능력과 설계능력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정 부사장은 "기한 내 완공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의 '윈윈' 구조를 세우는 것이 좋다"며 "한국 건설시장의 관행인 최저가 입찰은 덤핑 입찰 후 추가 비용으로 이익을 확보하는 업체를 선택할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건설회사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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