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핵겨울’에 소환되는 ‘마이너스 유가’의 추억 [★★글로벌]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유가 급락
2020년 4월 유가 일시적 마이너스
수요 절벽·저장소 부족 ‘슈퍼 콘탱고’
원유시장 이상 신호, 5년 전과 유사

5년 전 4월 이맘때다.

인류는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흥미로운 숫자를 원자재 시장에서 확인했다.

다름 아닌 ‘마이너스 유가’다.


2020년 4월 20일 발생한 일로 원유 시장이 초과 공급 현상 속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수요 감소 공포를 일으켰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해졌는데 바로 미국 내 원유 저장 공간의 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희대의 기현상이 벌어졌고 시장은 이를 ‘슈퍼 콘탱고’라고 지칭했다.


수치 상 마이너스를 찍은 유가는 당시 서부 텍사스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었다.


통상 원자재 시장에서 선물은 만기가 가까울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미래에 약정한 날까지 재고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경비가 반영되기 때문인데 이를 ‘콘탱고’라고 부른다.


그런데 4월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일반적인 콘탱고 수준을 넘어서며 바닥까지 뚫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날 배럴 당 15달러에서 52달러 떨어진 –37달러를 찍었다.


어떻게든 인도 기일을 5월에서 6월이나 그 이후로 바꾸기 위해 투자자들이 호가를 낮추고 갈아타면서 급기야 일시적 마이너스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에 시장은 4월 20일을 ‘슈퍼 콘탱고’의 날이라고 불렀다.


유가가 마이너스 37달러로 떨어지며(붉은 원) 슈퍼 콘탱고가 발생한 2020년 4월 20일 당시 WTI 유가 차트. <자료=미국 에너지청(EIA)>
미 에너지청(EIA)은 당시 상황을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이 팬데믹발 갑작스러운 수요 감소에 정유사만큼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고, 원유 재고가 증가했다.

3월 13일부터 5월 1일까지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장 허브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는 2700만 배럴 증가해 작업 저장 용량의 83%에 도달했다.

이는 4월 20일 마이너스 원유 가격에 기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2기에서 다시 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최근 시장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소음 속에 유사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발 쇼크는 미국이 1930년 관세전쟁 이후 100여년만에 재개한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대체되는 공포의 수요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륙 저장 여력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미국 에너지청 통계상 올해 들어 재고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내 생산량 지속 확대 의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어젠더인 ‘드릴 베이비 드릴’로 투사되는 적극적인 시추 의지가 그것이다.

현재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300만배럴 이상으로 팬데믹 이전 생산량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공격적인 생산 확대를 노리고 있다.

주요 산유국 간 글로벌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도 이달부터 단계적 증산 기조에 돌입했다.


5년 전 이맘때의 극단적 슈퍼 콘탱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맞물려 발생하는 시장의 이상 신호는 원유 시장에 다양한 기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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