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에 투자하는 인프라…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매력적”

서상준 EQT인프라 한국 대표 인터뷰
215억유로 규모 6호 펀드 조성해
에너지 환경·디지털에 집중 투자
가격 결정력 높아 투자하방 확보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개선 역점
재무·법률 아닌 산업 전문가 포진
산업기반 강력한 한국시장 매력적

[본 기사는 04월 08일(15: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서상준 EQT 인프라 한국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EQT]

“EQT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련 섹터 투자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인프라 분야는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더욱 각광 받을만 하다.


서상준 EQT 인프라 한국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20년 이상 지속될 메가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 EQT의 원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QT는 최근 215억유로(약 34조원) 규모 인프라 6호 펀드를 최종 클로징했다.

직전 펀드 대비 35% 성장한 규모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서 대표는 “기존 투자자 가운데 70%가 이번 펀드에 금액을 평균 20% 높여 재투자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자금이 적은 편인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EQT의 성과를 재차 신뢰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미 6호 펀드는 40% 이상을 에너지·환경에, 30% 이상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한 상태다.

에너지·환경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관련 밸류체인, 폐기물 처리 등으로 대표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약 1조원에 재활용 전문기업 KJ환경을 인수했다.

EQT는 2026년 1월 1일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목표 이용률이 10%로 상향된다는 점을 기회로 봤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이 30%까지 늘어날 예정이어서 재생플라스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매립장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 현재 5%에 이르는 폐기물 매립 비율을 3%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서 대표는 “가급적 매립을 줄이고 재활용을 많이 하되 재활용이 어려우면 소각하고 그 열로 난방과 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환경 사업의 골자”라며 “2030년 전후로 예고된 생활폐기물 매립 관련 규제 강화가 과거 2015년 해양투기 금지 이후 또 한번 관련 산업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지난 2023년 물리·사이버 보안 기업 SK쉴더스를 사들였다.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비용에 인공지능(AI)과 각종 카메라·센서 기반 무인화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EQT는 사회 인프라와 물류·운송 영역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의 경우 헬스케어와 교육을 포함한다.

한국과 달리 세계적으로 민영화가 많이 진행된 분야다.

6호 펀드의 경우 이베리아반도 내에 12개 캠퍼스를 보유한 사립 고등교육 기관 ‘유니버시다드 유로피아’에 투자했는데 이익 창출력이 우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류·운송 영역에서는 미국 스쿨버스 회사나 유럽 페리 운영사에 투자해 수소화, 전기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투자는 EQT의 설립자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160여년간 유지해온 운용 철학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사회 중심의 선진적인 거버넌스 전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EQT는 이사회에 교수, 회계사, 변호사를 영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펀드 출신 인사 1인과 전직 최고경영자(CEO)·창업자·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로 채우는 식이다.

이들이 적지 않은 돈을 직접 해당 기업에 투자도 하면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다.


또한 이사회 40% 이상은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원칙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서 대표는 “EQT는 600명이 넘는 이사회 인력 풀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산업 고문’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이들이 직접 거래 발굴(딜 소싱)부터 실사, 경영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SK쉴더스 이사회 면면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여성 정보기술(IT) 전문가 프리다 막달레나 엘리자베스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세계적인 보안기업 타이코 한국지사장 출신과 유럽 최대 보안업체 시큐리타스다이렉트 대표 출신 인사가 이사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EQ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프라 부문 내부수익률(net IRR)은 약 15%, 총 MOIC(원금 대비 배수)는 2.5배에 이르고 있다.


서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 투자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EQT가 투자한 기업들은 물가 상승을 고객사에 전가할 가격 결정력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하방이 확보돼있다”고 전했다.


EQT는 유럽과 북미에 각각 40%,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0%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아태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뉴질랜드, 즉 OECD 선진국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EQT는 한국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나, EQT 자체가 단기적 이슈에 민감하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한번 진출했던 시장에서 후퇴한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EQT 창업주 가운데 혹자는 한국을 두고 교육을 잘 받은 근면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면서도 막강한 산업 기반으로 경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독일 같다고 평가했다”며 “막강한 산업을 지탱하려면 에너지, 환경, 물류 운송 관련 인프라가 필수적인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상준 EQT 인프라 한국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E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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