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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고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무너진 외교 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차기 대통령은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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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한 비영리기관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마스 번 회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탄핵이 대한민국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한국의 과제를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번 회장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한국 국민이 단합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핵 기간에 한국의 경제·금융 부문은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갔지만 외교 부문은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가장 크게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번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와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 관세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평가는.
▷헌재 재판관의 만장일치 결정과 정교한 논거는 한국의 법치주의와 헌법에 기반한 제도의 힘을 잘 보여주었다.
이번 탄핵 결정이 대통령 선거까지 한국 사회의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헌재 결정 후 한국의 도전 과제는.
▷한국 사회는 매우 깊게 양극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제 한국 국민은 공동의 목적, 즉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단합해야 한다.
탄핵으로 발생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가장 취약해진 부문이 외교다.
외교 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특히 한미 관계 개선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외교정책 개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한미 관계 개선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강력한 기반을 건설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관련 협상을 해야 한다.
상호관세 문제는 한국에 엄청난 역풍이 될 것이다.
관세뿐만 아니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올린 것도 한미 관계 개선이 필요한 사례다.
민감 국가 리스트 등재가 양국 간 협력을 막지는 않겠지만 협력이나 교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사례처럼 영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도 협상을 하기보다는 일방적인 강요를 하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각국 통상 장관이나 대통령이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찾아오고 있다.
사실 비상계엄 이후 한국이 안게 된 가장 큰 비용은 지금까지 이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데 있을 것이다.
헌재 판결이 났으니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능한 한 빨리 정상회담을 하는 게 양국 관계를 위해 좋다.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투자도 해법이 될 수 있나.
▷그렇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투자를 원하고 있다.
한국이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면 한국 내 제조업 고용을 키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자리는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조지아주가 바로 최고의 사례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미국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지아주를 보라. 조지아주에서 한국은 최고의 나라로 통한다.
인기가 너무 좋다.
지난해 한국은 조지아주에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나라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일, 일본, 스위스, 캐나다,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2~8위 국가의 기업이 쏟아부은 투자금이나 만들어낸 일자리 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이 창출했다.
―미국 경제가 최근 둔화 우려에 휩싸였다.
전망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해 많은 기관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올리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영향이 크다.
관세 부과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 경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세가 부과되는 부문의 미국 기업들 경쟁력이 약화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철강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철강 산업의 생산성은 떨어졌고 혁신과 투자는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몰두하는 것은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다.
―트럼프발 관세로 인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도 하락할 수 있나.
▷관세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일 뿐이다.
트럼프발 관세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떨어트릴 만큼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왜 그런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재정정책과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지위다.
이 중 달러화 지위는 유로화나 중국 런민비(위안화) 등 경쟁 후보와 비교할 때 굳건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는 너무 높다.
미국이 고금리 속에 부채를 리파이낸싱하고 이자를 갚을 여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관세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세입이 예상보다 줄게 되면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관세로 거둔 세수는 연방정부 전체의 2%도 안 된다.
토마스 번 회장
1952년생. 2015년부터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202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위촉 한국 투자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1996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근무한 금융통이다.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까지 지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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