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도가 예상보다 커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좋은 상태"라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 여부는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 발표 후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재차 압박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지만, 관세 인상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한 경제적 효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평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관세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며, 그 영향은 더 지속될 수도 있다"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관세 충격을 일시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일종의 기본 시나리오라 생각한다"고 답한 것에 대비되는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자 입장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관세 충격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우리 의무는 장기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잘 유지하고, 일회성 물가 인상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관해서는 "통화정책에 있어 무엇이 적절한 방향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연준은 올해 열린 두 차례(1월·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 후 회견에서 관세 영향에 따른 성장세 약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통화정책 경로에 변화가 없는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연설 직전에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지금이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며 "그는 항상 늦었지만, 이제 이미지를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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