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국내 대표 명품 플랫폼 발란이 어제(31일)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미지급 정산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 2의 티메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보도국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구민정 기자 어서 오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홈플러스에 이어 발란까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는데요.
기업회생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기자 】
발란이 기업 회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주 발란이 일부 입점사에 정산대금을 입금하지 못하면서부터입니다.
발란은 입점사별로 일주일, 15일, 한 달 등 총 세 주기로 입점사의 판매대금을 정산해왔는데요.
지난 24일 정산 주기가 돌아온 입점사들에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한 겁니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 원, 전체 입점사 수는 1천300여 개입니다.
이에 판매 대금 지연 문제가 불거지자, 발란은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 전산 오류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정산금이 부득이하게 지연된 것이라며 입점사들을 안심시킨 건데요.
그러면서 발란은 "26일까지 재정산 작업을 마무리하고 28일까지는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발란은 약속한 날짜에도 결국 대금 지급 일정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산일정을 공지하는 대신 대뜸 사과문을 발표한 발란은 "외부 자금 유입을 포함한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돌연 외부 자금 도입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같은 날 밤에는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 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하며 상품 구매와 결제가 막히고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한 발란은 일찌감치 사무실을 폐쇄했고 직원들 역시 전원 재택근무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버티다 못한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한 겁니다.
【 앵커멘트 】
단순 전산 오류에서 비롯된 정산 지연이라며 입점사를 안심시켜 오던 발란이 정황상 기업회생을 준비해 오던게 맞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기업회생에 대한 발란의 입장과 입점사들의 입장 모두 설명해 주시죠.
【 기자 】
네, 발란은 어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히며 최형록 대표의 입장문을 공개했는데요.
최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회생 신청 이유를 밝혔습니다.
불과 사흘 전 "외부의 추측성 정보에 흔들리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뿐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회생 신청 여부를 강력히 부인하던 최 대표가 결국 정산 지연의 진짜 이유를 실토한 건데요.
이어 최 대표는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중으로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가 전에 인수자를 미리 유치해 납입이 예정된 인수 금액을 바탕으로 회생 계획안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최 대표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입점 셀러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정산이 시작됐을 때 시스템 문제를 원인으로 거론했다는 점, 기업회생 직전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할인 쿠폰을 남발하고 신규 판매자 모집에 나선 점 등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와 전개가 비슷하다는 게 입점사들의 반응입니다.
발란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입점 셀러들은 발란과 최 대표를 상대로 사기 및 횡령죄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멘트 】
발란과 최 대표의 계속된 '말 바꾸기'에 결국 애꿎은 입점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한때 기업가치가 3천억원대까지 치솟았던 발란이 어쩌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는지, 또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는 건지 설명해 주시죠.
【 기자 】
우선 발란은 2015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2022년에는 영업손실이 374억원까지 급등했고, 2023년에는 적자 규모가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자본총계 역시 마이너스 77억원으로 돌아서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때 기업가치 3천200억원을 인정받았던 발란이 이토록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 정점을 찍었던 명품 수요가 완전히 꺾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관련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 "시각이 (오프라인으로) 분산되니까 명품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엔데믹 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또 지금 고물가가 거의 3년 이상 지속됐기 때문에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명품에 대한 소비를 과거처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렇듯 명품 시장 성장세가 꺾이자, 입점한 셀러들이 물건을 판매하면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 외엔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었던 발란은 직격탄을 맞게 된 겁니다.
또 발란은 광고선전비에만 2021년에 약 190억원, 2022년에 약 385억원을 쓰며 과도한 마케팅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더불어 고객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인 쿠폰을 남발하며 수익성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이에 발란은 지난 2월
실리콘투에서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발란이 기업가치를 2023년 3천200억원에서 292억원으로 10분의 1로 깎는 것을 감수하는 등 상황이 매우 절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지속된 적자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발란이 최근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너진 거군요.
지난해 티메프에 이어 최근 홈플러스와 발란까지, 유통업계 잔혹사가 이어지면서 업계에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고요?
【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 수준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기업 계열사와 대형 플랫폼을 제외한 작은 플랫폼들이 대거 사라지는 유통업계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 '집꾸미기'가 어제(31일)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는데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버티컬 플랫폼들의 실적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머트발 등 명품 플랫폼의 카드 결제액은 2022년 9천245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천758억원으로 59% 급감했는데요.
여기에 쿠팡, S
SG닷컴, 롯데온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명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 올해 생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이번 발란 사태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않을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구민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 구민정 기자 / koo.minj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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