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 무섭다”...관세 폭격에도 자신감 보인 중국, 포부 살펴보니

하이난 보아오포럼 개막
딩쉐샹 부총리 기조연설
적극적인 거시정책 예고
“年 5%성장 달성할 것”
트럼프 관세폭탄 비판도
“EU 등 동맹관계 훼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공식 서열 6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27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2025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중국 정부가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을 붙인 ‘관세 전쟁’에도 고강도 거시정책과 과학기술 육성책을 앞세워 연간 성장 목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27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2025 보아오포럼’ 공식 개막식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중국 경제는 지난해 어려움과 도전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며 “올해에도 안정적으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좋은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들어 첫 두 달 동안 중국의 산업·소비·투자 등의 경제 지표는 지난해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거시정책을 시행해 국내 수요를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딘 소비와 내수를 확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딩 부총리는 미국을 겨냥한 듯 “무역 및 투자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안정적인 대외 무역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주요 분야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해 연간 경제 목표와 과제를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도 강조했다.

딩 부총리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전기차 산업의 빠른 발전과 함께 AI, 바이오, 양자 등 신산업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면적인 개혁·개방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최적화됐다며 외자의 시장 진입을 계속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경제 성장을 연이어 자신하고 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이달 초 열린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며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로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을 제시했다.


지난 23일에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성과는 혁신 발전에 장기 집중한 결과”라며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잡은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관세 전쟁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에도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보아오포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왕휘요 전 국무원 참사 겸 세계화싱크탱크 이사장은 지난 26일 한 세션에서 “최근 반(反)세계화가 심각해지고 있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자유무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는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범 안보적인 정책을 채택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차이나센터 선임연구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세계 자유무역의 수호자이던 미국이 이제는 세계에 도전하고 있다”며 “동맹을 훼손하고 유럽과의 관계도 분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민족주의의 부상으로 글로벌 공급망도 약화하고 있다”며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가자 지구도 모자라 캐나다까지 점령하려는 욕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을 ‘해방의 날’로 일컬은 점을 거론하면서는 “일주일 뒤에는 정말 해방의 날이 되는가, 아니면 무역전쟁이 시작하는 날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세계 무역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관세 전쟁이 지역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우리는 관세가 치열해지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모습을 봤고, 이에 따라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세계화가 아닌 지역화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5일 전현직 정치 지도자와 장관급 고위 관료, 국제·지역 기구 책임자 등 약 60개 국가 및 지역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보아오포럼은 2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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