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인’ 누명 벗으니 88세… ‘47년 억울한 옥살이’ 보상금은

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일본의 하카마다 이와오(88). 사형선고를 받은 지 58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일가족 살해 누명을 쓰고 47년여간 옥살이를 한 일본의 사형수가 약 21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25일 NHK,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 지방법원이 전날 세계 최장기간 복역한 사형수인 하카마다 이와오(89)씨에게 형사 보상금으로 2억 1736만 2500엔(약 21억 18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에서 지급된 형사 보상금 중 역대 최고액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하카마다씨가 겪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은 극히 심각하다”며 “(일본 형사보상법에 따른) 하루당 최고액인 1만 2500엔(약 12만 2000원)의 보상액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전직 프로복서인 하카마다씨는 1966년 시즈오카현 시미즈시 된장 공장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그렇게 47년 7개월간의 옥살이가 시작됐다.


하카마다씨가 누명을 온전히 벗은 것은 사건 발생 58년이 지나서였다.

2014년 3월 이 사건 재심을 개시한 시즈오카 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26일 “수사기관의 조작 사실이 확인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일본 검찰은 무죄 확정 판결 12일 뒤 항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생전에 누명은 벗게됐지만, 하카마다씨는 오랜 수감 생활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형과 구금에 대한 공포로 망상 장애를 겪었다.

밥을 우유로 한 알씩 씻어 먹는 등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씨에 따르면 그는 ‘나는 누나가 없다’며 10년 넘게 면회를 거부하기도 했다.

누나는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동생 대신 재심에 출석해 “석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금의 후유증으로 망상의 세계에 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 살 터울인 누나는 88세 동생의 무죄가 입증된 날 기자회견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편 형사 보상금 판결이 내려진 이날 하카마다씨 측 오가와 히데요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의한 조작이 인정된 사형 사건으로 최고액 보상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올여름쯤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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