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썰매 대회에 ‘그녀’를…춥고 머나먼 섬에 얼굴도장 찍는 이유는

밴스 부통령 부인 우샤 밴스 27~29일 그린란드 방문

“밴스보다 똑똑” 트럼프 신뢰
명분은 개썰매 대회 참석
안보보좌관 등도 방문 예고

그린란드 “공격적 행보” 반발

우샤 밴스 부통령 부인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편입 ‘야욕’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가운데 J D 밴스 부통령의 아내인 ‘세컨드 레이디’ 우샤 밴스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그린란드를 찾기로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샤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을 맡아 ‘접수’한 케네디센터 이사진에 선임됐으며, 이달 초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도 미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문화·외교 영역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예일대 출신의 재원인 그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신뢰가 남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우샤 밴스가 오는 27~29일(현지시간) 그린란드를 찾는다고 23일 밝혔다.

우샤 밴스는 아들 및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의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린란드의 문화유산을 배울 예정이다.

특히 그린란드의 개썰매 대회인 ‘아바나타 키무세르수(Avannaata Qimussersua)’도 참관한다.

매년 부활절 무렵에 열리는 이 대회는 그린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제 중 하나로 올해 대회는 미국이 후원한다.

미국이 이 대회를 후원하는 사실 역시 우샤 밴스가 알렸다.


우샤 밴스의 그린란드 방문이 단순히 문화 교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복선’이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다음주 그린란드를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목적인 안보·광물자원을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과 시점이 겹치는 것이다.

게다가 그린란드는 지난 11일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등 미묘한 시점에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왈츠 보좌관과 라이트 장관은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를 찾는 등 우샤 밴스와는 별도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상징한다면, 우샤 밴스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환심’을 얻는 사실상의 ‘특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샤 밴스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과 그린란드의 관계가 앞으로 더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샤 밴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자신의 취임 첫날 연설에서 우샤 밴스를 두고 “밴스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우샤 밴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했어야 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센터 이사진에 그의 이름을 넣고,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도록 한 것은 우샤 밴스에게 문화·스포츠 분야의 ‘간판’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예민한 이슈인 그린란드를 방문하도록 한 것은 우샤 밴스에게 ‘그 이상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마치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맡은 역할을 연상케 한다.


1986년생인 우샤 밴스는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 밑에서 재판 연구관으로 일했다.

밴스 부통령의 취임 선서식을 캐버노 대법관이 주관한 것 역시 이 같은 인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샤 밴스는 밴스 부통령을 스타덤에 올린 자전적 에세이 ‘힐빌리의 노래’를 펴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2010년 예일대 법학대학원 재학 중 토론 모임에서 처음 만났고, 졸업 1년 만에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우샤 밴스는 밴스 부통령이 지난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이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ies)’라는 과거 발언으로 논란을 겪자 인터뷰에서 적극 해명에 나서며 여성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우샤 밴스의 방문 소식에 그린란드 정부는 발끈하는 모습이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을 “매우 공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왈츠 보좌관이 방문하는 것을 두고 “우리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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