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기고로 종전 독려
러 상대 기세 올리던 2022년
밀러 합참의장 협상 제안에도
바이든·젤렌스키, 반대로 행동
‘승리 불가’ 트럼프가 현실적
“트럼프 마음 바꾸려 하지도,
유럽의 고도 기다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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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앨리슨 석좌 교수 <사진=하버드 케네디 스쿨> |
미국 정치석학 그레이엄 앨리슨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는 추악한 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중 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경고한 인물로 유명한 앨리슨 하버드대 석좌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에 ‘우크라이나가 추악한 평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호소했다.
장문의 그의 글을 관통하는 함축의 메시지는 ‘만시지탄’이다.
그리고 추악하지만 협상을 마련한 지금의 트럼프가 전세를 오판하고 지속시킨 바이든보다 낫다는 평가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침략에 맞서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며 기세를 올릴 즈음을 회고했다.
2022년 11월로 당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연설하고 “협상할 기회가 있을 때,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 순간을 잡아야 한다(When there’s an opportunity to negotiate, when peace can be achieved, seize it. Seize the moment)”라고 강조했다.
기세를 올리고 유리한 고지에 있을 때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밀리 의장의 논리였지만 당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의 주장과 반대로 갔다.
초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영웅적 선전을 거두자 워싱턴과 키이우가 러시아 진지에 대한 결정적 반격을 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전쟁을 지속했고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는 현 상황이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사 사상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지속’이라고 표현했다.
앨리슨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폭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면 어떻게 전쟁을 계속하는 것을 (정치가)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을 우회해 질타했다.
3년이 지나 우크라이나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의 25%가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30만명의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그는 한탄했다.
앨리슨 교수는 역설적으로 지난달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직설한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강조했다.
“트럼프의 수사는 거칠었지만, 미국의 생명줄인 보급품이 없으면 젤렌스키의 군대는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진실을 포착했다.
트럼프는 “지금 당신에게는 카드패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도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
전쟁이 멈추지 않고 계속될수록 우크라이나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
앨리슨 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이런) 냉혹한 사실을 부정하려 하지도, 설득할 수 없는 트럼프 마음을 바꾸려 하지도, 유럽의 고도(Godot·기다려도 오지 않을 구원의 대상)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과 당신의 용감한 국민이 쟁취한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국을 지도상에서 지우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물리쳤다.
우크라이나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군대와 싸우면서 러시아를 멈춰 세웠다.
이 시점에서 젤렌스키는 추악하지만 지속가능한 평화를 협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몇 안 되는 카드패를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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