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공습에 주민 300여명 사망…팔레스타인 “피의 복수”

하마스 “포로들에게 사형선고”
네타냐후 사법리스크 회피 목적

폐허 속에서…식사 준비하는 가족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단식성월 라마단을 맞은 한 가족이 파괴된 집 잔해에서 불을 피워 ‘이프타르(Iftar·해가 진 후 금식을 깨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최소 342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즉각 ‘피의 보복’을 다짐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휴전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17일(현지시간)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습으로 3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나 여성, 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를 겨냥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듭 거부하고 휴전 협상 관련 제안을 모두 거부해 공격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인근의 모든 학교에 대해서도 휴교령을 내렸다.

사실상 휴전이 무력화된 셈이다.


이번 공습은 지난 1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이 발효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공습은 가자시티와 데이르알발라, 칸유니스, 라파 등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뤄졌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별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 테러 조직의 테러 대상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준비하고 재편성·재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 행정부와 조율된 것으로 확인됐다.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 하마스, 후티,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을 테러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모든 지옥이 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하마스가 휴전 연장을 위해 인질을 석방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절하고 전쟁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 원인을 하마스 탓으로 돌린 셈이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 직후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 협상을 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네타냐후와 그의 극단주의 정부가 휴전 협상을 깨뜨리기로 한 결정은 가자지구에 있는 점령군 포로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작전이 일회성 압박 전술인지, 전쟁의 완전 재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오리 골드버그는 알자지라에 “공격 재개가 포로들의 석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번 공격은 경찰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네타냐후 내각을 겨냥한 수사 이후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마리브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직후 검찰이 ‘안보 상황’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의 법원 증언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에 동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 수수와 사기, 배임 등 각종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 휴전에 합의했다.

42일간의 1단계 휴전이 이달 1일 종료된 이후 양측은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1단계 휴전 연장을 요구했지만, 하마스는 2단계 휴전 개시로 맞서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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