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사회 개최 횟수 54회, 총사외이사 38명, 총결의안건 수 168건, 반대의견 표명 0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이사회 활동 내역이다.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견제·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외형적 지표로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4대 금융이 공시한 '2024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주별로 개최된 이사회 결의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KB금융이 작년 3월 '2023년 지주 및 자회사 감사담당 임직원 관련 성과 평가안'에 대해 수정가결했고, 하나금융이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수정가결한 게 이견 조정을 한 사례로 나타났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서는 반대도 있었다.

작년 3월 퇴임한 이윤재 전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직전달에 열린 보수위원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성과평가, 자회사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 운영 적정성 안건에 대해 반대했다.


이사회 활동 내역을 봤을 때 여전히 지주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은 소유분산 기업일수록 이사회 역할이 강해져야 한다고 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 힘든 성적표다.


사외이사의 주요 발언 중 개별 금융지주가 아프게 느낄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영업 현장에서 일선의 내부통제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므로 일선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지적만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인은 없지만 최고경영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라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특정 방향성을 잡아가는 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4대 금융지주에선 사전 통지되는 안건을 사외이사들이 숙고하고 이사회에 들어오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모아지는 형태라고 반박한다.

모든 지주들은 사외이사들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보고서에 자평했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이사진의 다양화가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각 금융지주가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의 주요 경력은 금융·경영 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이 공시한 100명(우리금융)~215명(하나금융) 사외이사 후보군의 전문 분야를 분석해 보니 KB·신한·하나금융은 금융·경영·경제·재무 등 분야가 50~60%대로 다수였다.


다만 일부 영역에선 변화가 있었다.

작년 시중은행들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나며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관련 이슈 대응능력이 필요해졌다.


내부통제 중요성 때문에 KB·하나·우리금융은 법률 전문가를 후보군 중 12~16%대로 높였다.

디지털금융 비중이 커지면서 우리금융은 관련 전문가를 25%, 신한금융은 21.2%를 후보군에 포진시켰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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