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에 한국 과학 말라죽고 있다”...서울대 교수, R&D 예산삭감 작심 비판

R&D 예산 삭감·기초연구과제 수 축소 비판
“R&D정책방향 한국 과학미래 박살 내고 있어”
“인류 절반 날려버리는 일과 비슷” ‘타노스’ 비유

한범 서울대 교수. [사진=유튜브채널 ‘석박지’ 캡처]
정부가 개인 기초연구 사업 과제 수를 줄이고 규모를 대형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이 일선 연구현장을 고사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범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는 4일 유튜브 채널 ‘석사와 박사 과정을 위한 지식’에 ‘한국의 과학이 말라 죽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이같이 지적했다.


한 교수는 유전체 빅데이터 분야 연구자로 2019년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문, 2022년 서울의대 학술상을 받은 의과학 분야 권위자다.


한 교수는 “과학자들이 하나같이 공감하는 건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상한 R&D 정책 방향이 대한민국 과학 미래를 박살 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자들이 진행 중이던 과제 예산이 줄어들며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기초연구 사업에서 기본연구 등 이른바 ‘풀뿌리’ 역할을 하던 소형 과제들이 사라지면서 중간층 연구자들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며 “이것은 삭감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한 교수는 비판했다.


2023년에는 중견연구 1381개, 기본연구 1570개 등 2800여개를 뽑았지만, 올해는 기본연구가 없어지고 중견연구 수도 910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기본연구와 비슷한 창의연구 885개가 배정됐지만, 두 개를 합해도 1800개 수준인 만큼 1천명에 달하는 연구자가 연구비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개수로 따지면 40% 삭감이고, 연구자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의 연구비가 0원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라며 “어떤 악당이 인류 절반을 날려버리는 일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영화 어벤져스의 빌런 ‘타노스’에 비유했다.


한 교수는 “연구비를 못 받으면 하던 연구를 접고 있던 학생을 내보내야 한다”며 “연구 흐름과 맥이 끊기니 논문을 쓸 수 없고, 논문 결과가 없으니 경쟁력이 없어지며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소규모 연구비로 성과를 낼 수 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자도 스펙트럼이 있고, 작은 연구비로 학생 한두명을 충실히 키우며 자기 분야에서 뜻깊은 연구할 수 있다”며 “이런 분도 경쟁력에 보탬이 되고 후학을 잘 양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도 신진연구비 5000만원으로 학생 2명을 성장시키며 중견연구 등으로 발전시켜 나갔다며 작은 연구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다리의 중간단계를 없애면 아래에서 위로 건너갈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R&D 정책이 선택과 집중 기조인 데 대해서는 “위험한 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도 20년 전에는 이상한 분야를 연구하던 사람들”이라며 “우리도 이상하고 독특한 자기만의 연구를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과학의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3억을 받는 연구자에게 6억을 준다고 해서 2배 성과를 내는 게 아니고 한계가 있다”며 “아무리 올려도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이라며 집중이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연구현장의 고사 상황이 복원으로는 원상복귀되지 않을 것 같다며 “비가역적 피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영상을 올린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협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연구 건사하기 바쁘고 의견을 말할 창구가 없다”며 “간신히 연구비를 딴 입장에서 작은 목소리지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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