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었지만 배당은 좀”…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줄인 보험사 속내는

11곳 상장사 중 3곳에 그쳐
작년 지급여력비율 낮아지며
충당금 부담에 배당재원 줄어

보험사 호실적. [사진 = 연합뉴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보험사들이 배당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상장 보험사 11곳 중 현재까지 배당 계획을 밝힌 곳은 3곳뿐이다.

밸류업 열풍에 지난해 7곳의 보험사가 배당에 나선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낮아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로 인해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 11곳 중 배당을 결정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8080억원(주당 4500원), 삼성화재는 8077억원(1만9000원), DB손해보험은 4083억원(6800원)을 결정했다.

나머지 8곳의 보험사는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손해보험사 중 한 곳인 현대해상은 2003년도 이후 이어온 배당이 끊길 상황이다.


지난해 킥스비율이 낮아지면서 자본을 더 늘려야할 상황에 내몰린 보험사가 많아진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지난해 4분기 킥스비율을 살펴보면 배당을 결정한 삼성화재(265.0%)와 DB손보(201.5%) 외에는 200%를 넘는 곳이 없다.

킥스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지면서 보험사들 입장에선 해약환급금을 더 쌓아야 한다.

올 들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이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추가된 계정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에 대비해 해약환급금을 부채로 별도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준비금을 충분히 쌓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당 재원이 줄어든다는 불만이 커졌다.

당국에선 킥스비율이 200%를 넘기는 보험사는 기존 해약환급금 준비금의 80%를 적립하도록 기준을 완화해줬다.

보험사들의 킥스비율이 낮아지면서 다시 해약환금금 적립 부담이 커진 셈이다.


또 지난해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규계약 확보에 나서면서 환급금 부담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배당여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의 해약환급금은 47조9548억원으로 지난해 6월 27조1558억원에서 20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없이는 배당 여력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배당을 실현했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실적이 개선됐어도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규모 문제로 배당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현 제도 개선안에 포함되는 회사가 거의 없어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한화생명·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동양생명 등 7개사가 배당을 실시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나란히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했고, 배당을 중단했던 한화생명동양생명도 배당을 재개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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