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 봐줄 테니 무조건 따라잡아라”…中, 기업에 성장 맡기고 부채줄이기 총력

‘시진핑-빅테크 좌담회’ 후
알리바바, AI에 75조원 투자
텐센트 등도 투자 확대 계획
“어려울수록 민간 지원해야”

당국은 지방부채 관리 만전
부동산 시장 개입도 확 늘려

BYD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이 민간 주도의 ‘기술 자립’과 관치 중심의 ‘위기 관리’로 올해 경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산업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빅테크 등 민간기업들이 미국과의 전면에서 ‘기술전쟁’을 벌인다면, ‘관세전쟁’ 등에 따른 영향과 충격은 중국 정부가 수습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통해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기술 자립을 통한 중국식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BYD가 미국 테슬라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떠오른 데다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CATL 등이 각 분야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초 ‘가성비’로 무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까지 등장하면서 이러한 흐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7일 자국의 빅테크 수장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시 주석이 직접 기업인들과 만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장기적으로 동풍이 우세할 것”이라며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1957년 옛 소련 방문 당시 마오쩌둥 전 주석의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는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동풍은 사회주의 세력, 서풍은 자본주의 세력을 의미한다.


이번 좌담회의 핵심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의 등장이었다.

마 전 회장은 2020년 한 포럼에 참석해 정부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이후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은 무산됐고, 마 전 회장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 마 전 회장이 참석해 시 주석과 악수까지 한 것은 중국 지도부가 정치적 면죄부를 줬을 뿐만 아니라 빅테크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민간기업의 기술 발전을 독려하며 비용과 규제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알리바바는 좌담회 직후 “향후 3년간 AI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3800억위안(약 75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지난 10년간 해당 분야에 투입한 금액보다 많은 규모다.

바이트댄스는 AI 반도체 개발에 1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텐센트도 AI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 = 연합뉴스]
관영 언론들도 연일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달 말 사설에서 “중국이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클수록 민간 경제의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과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취지의 ‘민간경제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에는 법적 근거 없이 당국이 민간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유효 수요 부족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분쟁까지 고조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리스크’는 지방 정부 부채다.

약 2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악화하자 각 지방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시장 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정부의 부채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우선, 중국 정부는 국영 부동산 개발사를 통한 시장 개입을 늘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최근 3년간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민간보다 더 많은 용지를 매입했다.

지난해 민간 소유 용지는 수는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달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에 약 500억위안(약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 정부의 특별채권 할당량 중 200억위안(약 4조원)을 완커의 미분양 주택과 유휴 용지를 매입하는 데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지방 정부의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향후 5년간 10조위안(약 200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방 정부가 부채 압박에서 벗어나면 부동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내수가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내수 진작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노후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확대됐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워치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고, 보조금 지급 가전제품 수도 기존 8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앞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20일 ‘제12차 주제 학습’을 주재하고 소비를 크게 활성화해 국내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리 총리는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은 내수 확대와 성장 안정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소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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