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대서양 동맹'이 균열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패권을 넘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의 균열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러시아가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1 TV 채널에서 "새로운 (미국) 행정부는 모든 외교 정책 구성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이는 우리 비전과 크게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절대적으로 균형 잡힌 표현을 담고 있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이는 정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앞서 지난달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러시아 침공' 언급이 빠진 미국 주도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또 미국은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면서 영국·프랑스 등 대서양 동맹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특히 미국 고위 관리들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점도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해 5월 20일로 종료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연기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경제적 이익'을 고리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CNN은 "노련한 외교관이 봤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젤렌스키를 맹렬히 비난한 것은 계획된 정치적 '강도 행위'였다"며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그를 향후 모든 일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NN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목격되는 행보가 '돈' 문제를 넘어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재정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1년 완공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중단된 러시아·독일 간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를 재가동하기 위해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푸틴 대통령 측근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투자·경제 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이날 엑스(X)에 "트럼프의 사업적 통찰은 조 바이든의 이야기를 무너뜨린다.
러시아를 물리치려는 시도는 무너졌다"고 적었다.
크렘린궁 의중을 잘 아는 소식통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즐겼으리란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전쟁 시작 이후 그 어떤 군사작전보다 커다란 승리"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노출된 대만도 긴장하고 있다고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대만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대만에서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천원자 대만 카이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입장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며 "대만이 자주국방 및 유럽·일본 등과의 전략적 협력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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