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막하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민간기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패권 경쟁'과 '관세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양회에서는 중국의 '기술 자립' 추진과 맞물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일환으로 '제2의 딥시크' 육성을 위한 구체적 구상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앞서 지난해 양회에서 'AI+ 이니셔티브'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된 뒤 자금과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이 확대됐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관련 부양책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R&D 투자 규모는 3조6130억위안(약 712조원)으로,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최근 증가율을 감안하면 올해 R&D 투자 규모는 4조위안(약 78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주톈 상하이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국내총생산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경쟁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AI와 같은 첨단 제조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정부는 빅테크 위주로 민간기업에 힘을 싣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7일 6년여 만에 빅테크 수장들과 좌담회를 열고 민간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지를 전달했다.
이날 시 주석은 "민간 경제는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주력군이자 고품질 발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초"라며 "민간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을 착실히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경제촉진법'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당 중심으로 성장하던 체제에서 민간기업에 주도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시 주석 집권 당시만 해도 경제 운영의 방향은 '국영기업은 흥하고 민간기업은 규제 속에 위축된다'는 뜻인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인식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중국의 성장률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중국 지도부는 민간기업을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 없이는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2022년 말 시 주석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간기업의 발전 환경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고, 이듬해 3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민간기업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150명이 채 안 되는 직원으로 기존 업체들이 쓴 비용의 10분의 1만 들여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고대 신화 속 영웅인 '너자'의 이야기를 각색한 중국의 애니메이션 '너자 2'가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미국 디즈니의 '인사이드아웃 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 '가성비'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유니트리와 지난해 콘솔게임 '검은 신화: 오공'으로 중국 게임 사상 최대 흥행을 거둔 게임사이언스도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민간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여부도 올해 양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우선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중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규 특별채권 규모는 4조2000억위안(약 830조원)에서 4조5000억위안(약 900조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촉진 방안과 지급준비율 및 기준금리 완화와 관련된 발언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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