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배·제리 스파이어…韓 현대예술 알리기 나선 뉴욕 금융계 큰손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서 한국 대표 미술가 이불 전시

현대차 5년간 후원하는 행사
한국계 조셉 배·이미영 부부
스티븐 강·제리 스파이어 등
뉴욕 금융계·실리콘밸리 등서
성공 거둔 큰손들 후원 ‘눈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외관에 전시되고 있는 이불 작가의 헤일로 작품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자리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가면 고전적인 석상이 있을 법한 자리에 현대 조각이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 이불의 작품이다.

현대자동차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 이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도 5년 커미션 계약을 맺고 예술 작가 후원하는 첫 현장이다.

파사드 커미션은 2019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5번째 주자로 한국 작가가 최초로 참여한 것이다.

이버 전시는 오는 5월까지 약 8개월 남짓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차 외에도 한국 예술을 후원하는 뉴욕 금융계 큰손들 면모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외에도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불 작가
우선 세계적 사모펀드 KKR 공동 대표(CEO)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조셉 배 부부가 있다.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난 배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거쳐 2021년 KKR 창업자들 뒤를 이어 공동 대표에 올랐다.

KKR 운용자산은 6380억달러에 달한다.

배 대표는 지난해 하버드대 이사회 이사에도 선임됐다.

하버드대에서 만나 1996년 결혼한 그의 부인 재니스 리도 한국계로 소설 ‘피아노 티처’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지난 2011년 아버지의 모교인 연세대에 강연하러 방한했던 조셉 배 KKR 공동 대표(오른쪽)과 부인 재니스 리 <사진제공=연세대 홈페이지>
강파운데이션(the Kahng Foundation)도 후원했다.

1997년 설립된 이 재단은 미국에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로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초기 벤처를 발굴한 벤처캐피털 4C벤처스 출신의 한국계 스티븐 강· 부부가 설립했다.

아들인 피터 강 대표도 휘트니미술관의 예술위원회(art council) 공동 의장을 맡을 정도로 뉴욕 예술계에서 맹활약하는 인물이다.

이 재단은 한국에서 탈북민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미국에서 아시아계 예술가들을 오랫동안 후원해서 넷플릭스 히트 드라마 ‘Beef(성난 사람들)’처럼 아시안계가 주도하는 콘텐츠의 성장에도 기여했다.


미국 현대미술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계 이미영씨도 빠질 수 없다.

휘트니미술관 이사회의 이사인 이씨는 남편 닐 심킨스와 함께 뉴욕 미술계 파워 커플이다.

영국계 남편 심킨스씨는 운용자산 1조1000억달러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전무로 헬스케어 부문에 정통한 인물이다.

옥스퍼드대학과 하버드대 MBA출신으로 1998년 블랙스톤에 합류한 거액 연봉자다.

그는 옥스포드대 출신 미국 자선단체 회장과 브루클린미술관 이사 등을 맡았다.

미국에 유학한 아버지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이 씨는 대학 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 후 뉴욕에 거주하며 본격적인 콜렉터 길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지난 2022년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미술관 개보수를 위해 1000만달러(145억원)이란 거액을 기부한 곳이기도 하다.

MBK를 창업해 운용자산 44조원 규모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키운 김 회장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카네기홀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 제공=MBK파트너스)
아울러 한국계가 아닌, 제리 스파이어와 캐서린 팔리 부부도 등장한다.

스파이어 회장은 운용자산 161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초대형 부동산투자사 티시먼스파이어 공동 창업자이고 부인도 회사 전무다.

티시먼스파이어는 뉴욕 상징건물인 록펠러센터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2023년 코리아 아트위크를 열고 이배 작가의 6.5m 대형 숯 조각을 소개한 적이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사회 명예회장인 스파이어 회장은 한국계 작가 진 마이어슨의 첫 개인전에서 그의 추상 작품을 구매하며 한국 미술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시먼스파이어는 2021년 국민연금과 15억달러 규모 조인트벤처도 만든 바 있다.


제리 스파이어 티시먼스파이어 회장
이번 전시 기획과 후원에는 한국계 갤러리스트들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불 작가의 전속 갤러리인 BB&M의 제임스 B. 리 대표가 대표적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경제학과 컬럼비아대 문학 석사 출신 교포인 그는 아트뉴스 등에서 미술 평론가로 활약하며 이불과 박찬경 등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데 이바지했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의 장녀인 티나 김도 뉴욕에 티나김 갤러리를 열고 해외 콜렉터와 후원자들에게 박서보부터 이미래까지 다양한 한국작가를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한나 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