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AP통신 갈등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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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가 촬영했다. 2024.07.14 [사진 =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통신에 대한 몽니가 끝이 없다.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직후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AP통신 사진기자도 백악관 출입이 거부됐다.
에번 부치 AP통신 수석사진기자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 행정부가 AP 스타일 가이드에 따른 다툼 때문에 나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잘 풀려 역사를 기록하는 내 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치 기자가 대선 장시 찍은 사진은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타임지는 지난해 부치 기자가 찍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에 관해 “역사적 중요성, 명료한 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긴장감 등 사건의 모든 것이 이미지 하나에 다 들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공을 세운 사진기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디어 압박 칼날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트럼프가 피격 당한 직후 송고한 이 사진에 대해 부치 기자는 한 인터뷰에서 “총격 소리를 들은 바로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미국 역사에서 기록돼야 할 일임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2003년부터 AP통신에서 일한 그는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사진기자다.
부치 기자가 백악관 출입을 못 하게 된 것은 AP통신이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AP통신의 ‘스타일북’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행정부가 본보기로 AP통신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일북은 기사 작성과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사가 문법, 용어 사용 등에 관한 규칙을 정리한 지침서다.
AP통신은 스타일북에서 ‘트랜스젠더 주제를 보도할 때는 모든 입장을 포함해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다는 구실로 자격 없는 주장이나 출처를 제공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이를 부적절한 권고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AP통신이 기사에서 인종을 기술할 때 흑인(Black)의 경우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면서 백인(white)은 대문자로 쓰지 않는 점을 불쾌하게 여기는 보수
진영 인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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