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진행되면서 '패싱 위기'에 몰려 있는 유럽연합(EU)이 다음달 6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역내 안보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달 6일 특별 EU 이사회(정상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담 의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다.
코스타 의장은 "유럽 각국 정상들과 협의를 진행해 공통된 의지를 확인했다"며 "유럽의 방위력을 강화하고 유럽대륙의 평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유럽 주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최대 3만명의 유럽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파병 시기는 종전협상이 성사된 이후다.
해당 계획안에는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유럽 평화유지군에 부족한 군사적 역량을 미군이 보충해주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27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접점을 모색한다.
프랑스와 영국이 수립 중인 유럽 평화유지군 계획은 EU와도 공조된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방미를 앞둔 마크롱 대통령, 스타머 총리와 잇달아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군사 지원 방안, 미국 측과 협의할 내용을 공유했다.
한편 미국과 양자 대화를 벌여 종전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은 더 노골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회장을 국제 경제·투자협력 특사로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외교를 정상화하고 경제협력 복원 의지를 드러낸 데 따른 '맞춤형 인사'로 풀이된다.
드미트리예프 회장은 러시아 정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전을 종식하기 위한 미·러 고위급 회담에도 참여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 간 대화는 지난달 21일 영상 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뤄졌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현재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두 정상은 양국 협력 강화 의지도 재차 표명했다.
CCTV는 "양국은 각종 방식을 통해 소통·협조를 계속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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